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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포 왓?’…인공지능 암진단 도입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뉴스&뷰] PET·로봇수술 과열경쟁 떠올리게 해...진단 정확도·안전성 검증도 불충분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해 처음으로 암환자 진료에 활용했다. 사진 제공: 가천대 길병원

[라포르시안] 가천대 길병원이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ston for Oncology)'를 암환자 진료에 도입한지 3개월도 채 안 돼 벌써 인공지능(AI) 도입 과열경쟁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도입 경쟁과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로봇수술 시스템 '다빈치' 도입 열풍을 떠오르게 할 정도다.

병원마다 모두 환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환자에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증명된 건 없고, 병원의 수익 향상과 관련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의 시장선점 의도만 엿보일 뿐이어서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독점공급구조로 국내 병원들이 다빈치 장비의 부품 교체와 유지보수에 막대한 비용 지급을 감수하듯이 인공지능 시스템도 비슷한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길병원 이어 부산대·건양대병원 등 3개월새 3곳서 도입 

국내에서 가장 먼저 왓슨을 도입한 곳은 가천대 길병원이다. 길병원은 작년 12월 5일 국내 최초로 ‘왓슨 포 온콜로지’를 이용해 첫 환자 진료를 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처음으로 왓슨을 이용해 진료를 받은 환자는 60대 초반의 대장암 환자였다. 병원 측은 왓슨이 제안한 방법이 의료진이 예상하던 것과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길병원의 왓슨 도입을 계기로 의료계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런 관심은 결국 환자유치 경쟁에 내몰린 국내 대형병원들에게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초초감을 갖게 만든 거 같다. 

길병원이 왓슨을 도입하고 2개월도 안 돼 두 번째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이 등장했다. 부산대병원은 지난 1월 24일 ‘왓슨 포 온콜리지’와 ‘왓슨 포 지노믹스’를 동시 도입해 진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왓슨 포 지노믹스는 방대한 의학문헌 및 의약품 정보,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가 개별환자에 대해 고려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추천해 준다.

부산대병원은 "왓슨 포 온콜리지를 유방암, 폐암, 대장암, 직장암 및 위암 치료에 활용할 예정이며, 왓슨 포 지노믹스를 활용해 암환자와 희귀난치성 질환자에게 최적의 개인형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달 16일에는 건양대병원이 왓슨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건양대병원은 "4월 초부터 암 환자의 치료에 다학제 진료와 왓슨 포 온콜로지를 병합해 환자 개개인의 검사결과 및 특성을 데이터화함으로써 정확한 진단을 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인천), 중부권(대전), 경남권(부산)까지 전국을 아우러는 지역에 인공지능 의료 시스템이 도입되는 데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앞으로 이들 병원에서 왓슨을 앞세워 치열하게 암환자 유치 경쟁이 벌어질 건 뻔한 일이다. 어디 그뿐일까. 아마 지금도 왓슨 도입을 놓고 고심하거나 도입 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병원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으로 짐작 가고도 남는다.

다빈치 수술장비 도입 과다경쟁과 닮은 꼴…환자 불필요한 비용 부담만 늘어

왓슨 도입 열풍은 다빈치 로봇시스템 도입 열풍을 떠오르게 한다.

지난 2005년 세브란스병원이 처음 도입한 이후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대당 가격이 25~30억원에 달하는 다빈치 시스템 도입 경쟁이 붙었다.

국내에 다빈치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인튜이티브 서지컬 코리아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으로 전국 45개 병원에서 총 58대의 다빈치 수술 장비를 도입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27대)과 경기도(11대)에 총 38대로 가장 많이 몰려 있고, 다음으로 경상도 12대, 전라도 3대, 강원도와 충청도 각각 2대, 그리고 제주도 1대 등으로 집계됐다. 이후 최근까지 추가 도입된 장비 대수를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그 수가 60대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빈치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은 장비 1대당 연간 2억원 정도의 유지보수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각종 소모품 비용까지 합하면 막대한 비용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그만큼 장비를 이용한 수술을 활성화 해 수익을 내려고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가 환자들한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빈치 로봇수술은 기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에 비해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부담은 훨씬 높지만 그 효과에 있어서 뚜렷한 비교 우위가 입증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병원들의 다빈치 도입 경쟁은 멈출 줄 모른다. 어쨌든 병원의 수익에 도움이 된다는 거다.

병원들의 왓슨 도입 열풍 역시 다빈치 시스템과 비슷한 과정을 밟지 않을까 싶다.

IBM이나 왓슨을 도입한 병원들은 왓슨이 제공하는 진단 정확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IBM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미국종양학회에서는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왓슨과 전문의 간의 진단 일치율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왓슨은 대장암의 경우 98%, 직장암 96%,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 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의 일치율을 보였다고 한다.(이를 보면 길병원이 대장암 환자를 왓슨을 이용해 진료하는 최초 환자로 정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발표된 연구결과는 동일한 환자 사례를 놓고 왓슨을 반복적으로 학습시킨 후 나온 결과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왓슨이 제공하는 진단과 치료의 정확도에 대한 입증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인도의 마니팔 병원(Manipal Hospitals)이 내놓은 왓슨의 진단 일치율은 인공지능 암진단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국내 병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도에서 가장 먼저 왓슨을 도입한 마니팔 병원은 작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6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총회'(ESMO Asia 2016 Congress)에서 1,000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왓슨의 진단과 다학제 진료팀의 판단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관련 자료 바로 가기>

인도 마니팔 병원이 '왓슨 포 온콜리지'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동영상 화면 갈무리.

마니팔 병원의 연구진은 다학제 진료팀이 제시한 치료법을 기준으로 왓슨이 제시한 치료 권장 사항을 ▲권장 표준치료(REC) ▲고려(FC)  ▲권장하지 않음(NREC) 등의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 결과,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은 권장 표준치료 50%, 고려할만한 치료 28%, 그리고 권장하지 않는 치료 17%로 분류됐다. 권장하거나 고려할만한 치료법에 해당하는 비율이 78% 정도인 셈이다.

이런 비율은 암질환의 종류에 따라 큰 차이가 났다.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이 '권장 표준치료'에 제시하는 비율은 직장암의 경우 85%로 높게 나타났지만 폐암에서는 17.8%에 그쳤다. 유방암에서도 그 종류에 따라 표준 권장치료 일치율이 큰 차이를 보였다.

의료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국내 병원들이 왓슨 도입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왓슨이 제공하는 진단과 치료방법의 정확도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고, 암 진료에 왓슨을 활용할 경우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이 얼마나 향상되었는가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굳이 이렇게 경쟁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도입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결국은 병원들이 유효성과 안전성도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건 환자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PET이나 다빈치 로봇장비 도입 과열경쟁으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진료비 부담을 떠안기 것처럼 왓슨 역시 비슷한 전례를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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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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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z 2017-03-29 15:27:02

    밥통지키려고 난리구나 아랫놈은 ㅋㅋ   삭제

    • 빠른거북이 2017-03-21 07:49:07

      현재 국내에서 의료용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허가된 사례가 없다. 그 말은 왓슨도 아직 유효성이나 안전성을 검증받지 않았다는 말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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