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주최로 효능 안전성 토론회 열려…복지부는 뒤늦게 '자율규제' 강조

 [라포르시안]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이 맞았다는 각종 영양주사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와 동시에 '백옥주사, 태반주사, 감초주사, 신데렐라주사'처럼 피로회복과 피부미백, 항노화 등의 적응증으로 사용하는 기능성 주사제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일부 개원가에서 이를 홍보에 활용해 지나친 장삿속이라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성 주사제가 비급여로 비싸게 처방되지만 효과가 뚜렷하게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서울대병원에서  '기능성 주사제의 효능과 안전성, 사용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김민정 연구위원은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기능성 주사제 성분의 안전성 및 유효성 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미용 및 피로해소 등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정맥주사제 주성분에 대한 신속 문헌 고찰 결과, 이러한 사용에 관한 임상적 유효성 및 안전성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국외 논문검색 시스템 2개(Ovid-MEDLINE·Ovid-EMBASE)와 국내 논문 검색 시스템 2개(Korea Med·KMBASE)를 이용해 안전성 및 유효성 관련 문헌고찰을 시행했으나 2011년 중국에서 발표된 신데렐라주사(치옥트산) 관련 논문 1건을 찾았을 뿐"이라며 "결국 기능성 주사제 사용에 관한 임상적 유효성 및 안전성 근거가 충분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반면 부작용 보고 사례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피부미백을 목적으로 정맥주사를 사용하는 게 잠재적으로 안전하지 않고 효과가 없다는 안전성 서한 또는 소비자 건강자료를 배포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보고된 부작용 보고자료 분석 결과 발생한 부작용과 약물 간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부작용 사례들이 발생했다"면서 "특히 일부 사례에서 과민성 쇼크 등 중대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개원의·의대교수, 기능성 주사제 바라보는 시각차 뚜렷 

이날 토론회에서 쟁점은 기능성 주사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를 놓고 개업의사와 의과대학 교수 간 의견차를 보였다.  

최세환 대한정주의학회장은 "이 자리가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라고 운을 뗀 후 "일본 등에서도 정맥주사제의 임상적 사용과 연구가 활발하고 관련 논문도 많이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대의학의 문제점은 증상 완화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영양의학 등 미래의학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능성 정맥주사제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임상시험 등을 통해 이들 제품에 대해 효능과 안전성을 엄밀하게 재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상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개원가를 중심으로 이런 비급여 기능성 주사제 사용이 늘고 있는 원인으로 '저수가'를 꼽았다. 

명 교수는 "저도 개원했다가 10개월 만에 말아먹은 경험이 있다. 하루에 20~30명씩 봐서는 원가도 안 되기 때문에 비급여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제도적 차원에서 낮은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윤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왜곡된 의료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능성 주사제가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의료의 틀과 급여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급여 항목이라고 행위료를 높게 책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결국 이런 현상은 제도에 눌려 있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기능성 주사제 문제를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비룡 서울대 의대 교수는 "기능성 주사제의 경우 의학적 근거는 약한데 피부미용 등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비급여 시장에서 만난 것이다"라며 "그러나 시장에 맡겨야 한다. 과거 일부 고혈압 치료제의 사례와 같이 근거가 있으면 활성화될 것이고, 근거가 없으면 퇴출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에서 기능성 주사제 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과장광고 등을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하고,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단속과 처벌을 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기능성 주사제가 의학적 영역인지 그 밖의 영역인지 애매하기 때문에 정책이나 제도가 움직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만약 효과가 없다면 제도적으로 막아버리면 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의협이나 의학회 같은 전문가단체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유포해 자율통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손 과장은 "그러나 자율규제에도 불구하고 과장광고의 수준이 높아지고 한다면 단속과 처벌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책임 회피…안전성·유효성 검증 적극 나서야"

한편 이날 방청석에서 토론회를 지켜본 개원의들은 토론자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논현동에서 왔다는 한 개업의는 "5년째 기능의학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 기능성 주사제도 있다. 일단 환자가 오면 장문의 설문을 작성토록 하고 30분가량 면담을 진행한 후 필요한 검사를 하고 처방을 한다"며 "어떤 환자는 귀찮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큰 비용을 들여 치료하는 질환도 가볍게 완치한 경험이 있다. 규제보다는 제도적으로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개업의는 "환자들이 요구하는 서비스의 종류는 다양한데 제공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너무 단순하다. 환자의 니즈에 맞게 제도가 개선되고 법도 정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 문제에 있어서 주도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병원의 한 의사는 "기능성 주사제에 대한 정부 주도 임상시험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는데도 복지부는 '정부가 세금을 들여 민간회사 제품의 효과를 증명해주는 꼴이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면서 "시장은 커지고 의사도 꺼림칙해 하면서도 계속 쓰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한 개업의는 "시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다 돌아가셨는데, 나중에 보니 수백만원짜리 항암제가 그대로 쌓여 있더라. 그런데도 나라에서 보장해준다. 개원가에서는 그것보다 훨씬 싼 치료를 하는데 그것에 대한 임상도 못 하느냐"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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