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연관 장염 빠른 증가세...서울백병원 김유선 교수, 다국가 연구서 성과

[라포르시안] 세균(박테리아)성 감염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의 남용으로 인해 감염성 장염 발생률이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항생제가 장내의 정상 세균총을 파괴해 감염을 일으키는 '항생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대한장연구학회가 지난 2013년 발표한 다기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생제 연관 장염(CDI)은 2004년에 입원 환자 1만명당 17.2명에서 2005년 20명, 2006년 21명, 2007년 24명, 2008년 27.4명 등으로 5년 사이에 1.6배나 증가했다.

특히 연구팀이 2008년 항생제 연관 장염 환자 1367명을 분석한 결과, 환자의 92%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항생제가 장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항생제 연관 감염으로 매년 1만 5,000여명이 사망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항생제 사용량이 높은 한국 상황을 감안하면 항생제 연관 장염이 점점 더 증가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CDI 유병률과 재발률, 사망률 집계조차 안 되고 있다.

김유선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항생제 연관 장염(CDI)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백병원
김유선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항생제 연관 장염(CDI)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백병원

이런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참여한 다국가 연구에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장염인 'CDI'(클로스트리듐 디피실 인펙션,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의 재발을 낮추는 단클론 항체의 효과를 입증했다.

15일 인제대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소화기내과 김유선 교수가 전 세계 30개국 의료진이 참여한 대규모 연구에서 베즐로톡주맵 항체가 항생제 연관 장염(CDI)의 재발을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 미국, 독일, 이스라엘, 스페인, 한국, 일본 등 전세계 30개국 의료진이 참여했으며, 총 322개 의료기관에서 2011년 1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CDI 환자 2,55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세울백병원 김유선 교수와 대한장연구학회 연구자를 포함한 15개 기관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의학저널인 'NEJM'(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항생제 연관 장염은 항생제가 정상 세균총을 파괴해 독소 A와 B를 분비하는 세균을 증식시켜 설사와 장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병원성 설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독소를 중화시키는 항체(항 독소)인 A 항체(악토주맵, Actoxumab), B항체(베즐로톡주맵, bezlotoxumab), A+B항체(두 항체 함께 투여), 위약 군 등 4그룹으로 나눠 약물 투여 후 12주간 효과를 살폈다.

그 결과, 위약을 투여한 환자들의 평균 재발률은 26.6%로 나타났다. B항체를 투여한 환자의 장염 재발률은 16.5%로 위약 군보다 10.1%p 더 낮았다. 

위약 복용자 중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31.4%로 높은 재발률을 보였지만 B항체 투여 후 재발률이 15.4%로 낮아졌다. 특히 1회 이상 재발한 환자의 경우 41.1%, 2회 이상 재발한 경우 42.1%로 재발률이 높았지만 B항체 투여 후 13~16%가량 재발률이 낮아졌다.
  
A항체 투여군의 재발률은 26%로 위약 투여군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A와 B항체를 함께 투여한 군은 15.4%로 재발률이 낮아져 독소 B에 대한 단클론 항체가 재발률을 10%p 가량 낮추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 환자의 경우 항생제 연관 장염이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항생제 연관 장염 노인환자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유선 교수는 "베즐로톡주맵 항체가 클로스트리듐균이 분비하는 독소 B를 중화시켜 세포에 결합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65세 이상 노인이나 한 번 이상 재발한 환자의 경우 재발이 반복할 수 있어 치료제 개발 시 사망률과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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