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박근혜 정부 4년이 끝이 났다. 지난 13일 저녁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헌재의 탄핵 인용 결과에 승복한다는 일언반구도 없이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짧은 입장표명은 마치 저주의 주문처럼 들렸다. 

헌재의 탄핵 인용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4년간 추진해 온 모든 정책도 탄핵당했음을 의미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비정상의 정상화, 국가 적폐 해소'를 수시 때때로 강조했지만 그 자신이 적폐의 근원이 됐다. 특히 보건의료 정책 분야에서는 비정상적인 의료정책을 남발했다. 노골적으로 의료산업화 정책을 밀어붙였고, 국민의 건강권 확보가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쏟아냈다. 보건복지부가 '박근혜표 나쁜 정책' 추진의 첨병 역할을 했다.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보건의료산업부'와 다를 바 없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업할 때 복지부는 철저하게 방관자였다. 경남도가 폐업결정을 발표한 이후 한달이 지나서야 실태 파악을 한다며 현장방문을 했다. 의료법에서 복지부 장관에게 부여한 의료기관 개설자(경남도)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법적용의 모호한 점을 들어 끝내 행사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남도가 강제 폐업한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계획을 승인하며 진주의료원 폐업의 조력자로 나서기도 했다.

게다가 복지부는 지난 4년간 이렇다할 공공의료 확충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국내 공공의료 비중은 되레 축소됐다. 복지부가 작년 국정감사 때 국회에 제출한 '공공의료 비중 추이' 자료에 따르면 보건소나 공립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비중(병상 수 기준)은 2007년 11.8%에서 2012년 10.0%, 그리고 2015년에는 9.2%로 줄었다. 분만, 응급의료 등의 필수의료 서비스를 공공의료 확충하기보다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을 택했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추진하면서 의료취약지의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것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감염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공개된 감사원의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 보고서를 통해서도 드러났지만 보건당국의 부실한 역학조사 및 접촉자 격리조치가 메르스 사태를 키운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메르스 사태는 '국가가 뚫린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감염병 재난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공의료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다시금 드러났다.

국민들은 아파도 의료이용을 자제하건 말건 복지부는 박근혜 정부 4년간 '의료상업화 정책의 첨병'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원격의료와 의료관광, 외국영리병원 허용, 의료세계화, 규제완화 등에만 매달렸다. 지난 4년 간 복지부의 보건의료 관련 정책은 '기승전 새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나마 실속도 없었다. 의료산업 육성이란 구호만 요란했지 뭐하나 제대로 추진된 게 없었다. 의료관광 활성화는 메르스 사태로 타격을 입었고, 최근에는 '사드' 후폭풍의 직격탄을 맞았다. 의료세계화란 명분으로 추진된 해외의료진출도 실속도 없이 박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마다 치적용으로 요란만 떨었다. 원격의료를 비롯한 규제완화 정책은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서 특정 병원자본 및 재벌을 위한 특혜라는 의혹만 사고 있다.

정작 복지부가 해야 할 중요한 업무는 뒷전이었다. 건강보험 재정에 20조원이 넘는 누적적립금이 쌓여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2011년 이후부터 연속으로 당기흑자를 기록한 건 보험료 지출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의료이용이 줄고 있다는 말이다. 수년째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가계수입이 감소했고, 이 때문에 아파도 병원 이용을 자제한다는 의미다. 당연히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펴야 한다. 하지만 근거도 부족한 건강보험 재정 장기추계를 앞세워 미래의 재정난 운운하며 '긴축 재정'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4년간 의료산업 육성 정책에만 매달렸다. 복지부 내에서 보건산업 육성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산업정책국'을 대대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보건의료산업부'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됐다. 대체 복지부에 '해외의료사업과'가 왜 필요한가. 올해 보건의료 예산이 축소 편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해외환자 유치 지원,∙의료시스템 수출 지원 등의 보건산업 육성 명분의 예산은 대폭 늘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나 정경유착의 고리를 상상하지 않고서는 도무지 설명하기 어렵다.(지난 4년간 복지부가 쌓은 적폐가 어디 이뿐일까. 박근혜 정부가 했듯이 잘못된 정책 하나하나를 '블랙리스트'로 작성하면 방대한 분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정부에서나 그 정부의 국정철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관료집단의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기본철학이나 최소한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 권력에만 코드를 맞추는 '영혼 없는 직업관료'가 득세하는 보건복지부는 국민을 병들게 한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복지부 관료들이 정권교체에 대비해 벌써부터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용역 발주에서부터 정권교체 상황을 고려해 안배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복지부 홈페이지 초기화면을 오랫동안 점거하던 '원격의료, 투자활성화' 등의 의료산업 육성정책 홍보물도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우리는 복지부가 지난 정부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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