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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적립금 6년뒤 고갈되면 큰일난다?…사기에 가까운 협박[뉴스&뷰] 당해연도 수입·지출 맞추는 재정운영 특성 무시...근거 불명확한 재정추계로 복지부담 공포 조장
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3월 7일 서울시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4차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주재,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송 차관의 맞은 편에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앉아 있다. 사진 제공: 기획재정부

[라포르시안] 정부가 새로운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를 내놨다. 오는 2018년부터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적자로 돌아서 2023년부터 적립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2015년 말 발표한 2060년까지의 장기재정전망에서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오는 2025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재정추계에서는 고갈 시점이 2년 정도 앞당겨진 셈이다.

정부는 지난 7일 제4차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를 열고 '8대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건전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재정추계에서 건강보험의 당기수지 적자 전환과 누적적립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진 건 급속한 고령화로 급여비 지출 증가율이 커지고 노인진료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전망을 근거로 건강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을 ‘적정 부담-적정 급여’ 체계로 개편하고, 지출 효율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작성한 중기 재정추계를 보면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건강보험 재정에 20조원이 넘는 누적적립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근거도 불명확한 중기 재정추계를 통해 향후 6년 뒤 적립금이 고갈돼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점이다.

표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월 임시국회 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주요업무 추진계획> 자료 중에서.

우선 이번에 발표한 중기 재정추계가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보고한 '건강보험 중기 재정전망'과 다르다는 점이다.

공단은 국회에 보고한 중기 재정전망을 통해 오는 2017년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20조7,332억원(6,676억 당기흑자)으로 늘고, 2018년에는 21조2,109억원(4,777억 당기흑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11,898)부터 적자로 돌아서 2020년(△28,459)에는 적립금이 17조1,752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내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란 기재부의 중기 재정추계와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 누적적립금이 고갈되면 정말로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느냐 하는 점이다.

건강보험 재정은 당해연도 보험료 수입으로 당해연도 급여비 지출을 충당하는 대표적인 단기재정이다. 월별로 보험료를 거둬서 그 만큼을 보험급여비로 지출하는 운영 방식이다.

지난 2000년 직장과 지역의료보험 조직이 통합된 이후 수년 간 보험재정은 늘 위태위태하게 운영돼 왔고, 단기재정의 특성상 적자와 흑자를 번갈아 이어갔다. 건강보험의 누적수지가 적자였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이후부터는 2016년까지 6년 연속 당기흑자를 지속하는 중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식의 건강보험 재정 운영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6년 연속 당기흑자로 누적적립금이 20조원 넘게 쌓였음에도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60%대 중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보장성 확대에 적극 사용하지 않고 흑자를 유지하는 데 더 골몰하는 게 아닐까 착각마저 든다.

당해연도 보험료 수입으로 당해연도 급여비 지출을 충당하는 방식에서 누적적립금이 고갈된다고 큰 일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이유가 없다.

다만 지금처럼 고령화와 함께 저출산 상황이 지속되면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신규 가입자 수는 급감해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원 집중적인 급성기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예방적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을 통한 새로운 수입원을 확보하고, '적정 부담-적정 급여'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20조원이 넘게 쌓여있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언제 고갈될 것이란 재정추계를 앞세워 보험료율 인상의 당위성만 부각시키고 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정도 안지키면서 재정건전화 타령

더 황당한 건 정부가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할 국고지원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는 매년 전체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정부에서 국고로 지원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정부는 이런 법규정을 어기고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해마다 축소 지원해 왔다.

건보공단 노조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가 미지급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총 14조6,706억원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복지부는 건강보험 흑자를 핑계로 올해 건강보험의 국고지원액을 전년대비 2,211억이나 삭감했다.

그래놓고 건강보험 재정건전화 운운하며 보험료 인상과 소극적인 보장성 확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지난 4년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빼고는 공공의료 강화나 보다 적극적인 보장성 확대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적립금을 불리는 데만 관심을 보였다.

시민단체에서도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재정추계에 대해서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재정추계의 근거도 부족하고, 복지부담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지난 8일 논평을 내고 "이번 중기재정추계는 추계에 투입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것 외에는 '2060 장기재정전망'과 비교해 인구추계도 그대로이며 사회보험제도의 변화도 거의 없는 셈인데도 사회보험의 재정전망이 크게 악화되는 것으로 전망됐다"며 "외부전문가들이 보기에 이러한 추계결과는 사회보험의 지출과 적자를 다소 과장한 데 따른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건강보험은 지난 수년간 대폭의 흑자였음에도 이것이 반영되지 않은 채로 장기재정전망이 수행된 바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에 대한 해명 없이 추계방법이나 추계를 위한 여러 가정과 추계치가 상세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이 악화되리라는 결과만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말 "2060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발표된 재정추계에서 전망치가 수정된 이유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사회보험은 기금을 쌓아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적정한 보장이 국민의 관심이다. 기금고갈 가능성을 강조해 공포마케팅을 할 것이 아니라 적정수준의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하면서 국민들에게 부담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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