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 성과와 한계' 분석한 논문 눈길…"설립 목적 벗어나 영리추구·상업화 전파"

[라포르시안] 삼성서울병원은 1994년 개원과 동시에 '3무(無) 경영'을 내세웠다. '촌지·기다림·보호자'가 없는 깨끗한 윤리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그 이전까지 국내 주요 대학병원이 시도하지 못했던 윤리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병원계 전반에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의 내부적으로 윤리경영을 취했음에도 외적으로는 의료접근도의 격차, 영리・상업화, 일부 의료서비스영역의 독점 등의 문제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에서 발간하는 '창조와 혁신'(제3권 제1호) 저널에 삼성서울병원의 윤리경영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 논문이 게재됐다.

<윤리적 분위기가 조직유효성에 미치는 영향: 삼성서울병원의 윤리경영 성과와 한계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이근환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부장(제1저자)과 유지영 한림대 고령사회연구소 조교수, 신영전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등이 공동저자로 참여해 작성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삼성서울병원은 병원업계에 진입하면서 기존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윤리적 리더십과 윤리경영시스템, 조직윤리가치 등 윤리경영을 내세웠다"며 "이는 대학병원 등 기존 병원경영에서 최고경영진의 윤리경영을 바라보는 시각과 윤리 수준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한국 병원업계의 윤리경영 제도화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윤리경영이 성과를 내긴 했지만 한계도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삼성서울병원의)조직윤리 가치는 기존 병원경영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것이지만 조직 설립목적과 일치 등이 문제였다. 물건을 팔아 수익을 많이 남기려는 제조업체와 다른 삼성서울병원의 핵심가치는 내부 구성원이 생각하는 의료기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사회적 책임을 완수한다는 보다 커다란 윤리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했다는 사례가 별로 없었다. 랜딩비와 리베이트 문제도 기존 병원과 차별화를 이루었다는 평가는 드물다"고 봤다.

삼성서울병원의 윤리경영이 '선언적 레토릭'에 머물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경영철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삼성의료원은 최고경영자의 재정지원 아래 윤리경영시스템 구축은 윤리적 리더십 확보로 이어지고 구성원의 윤리가치 인식으로 이어졌지만, 내부 조직관리 차원의 윤리경영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경영철학으로 체화되지 못했다"며 "조직의 이해관계 속에서 홍보용 미사여구 또는 윤리경영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삼성서울병원의 사회적 책임 관련 윤리경영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메르스 사태 때 최고경영진의 리더십과 윤리경영, 삼성의료원의 이해관계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대기업 병원의 의사결정은 사회적 책임에 반하는 선택을 했다"며 "삼성서울병원의 폐쇄주의와 성과주의 등 그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삼성의 '무노조' 정책이 삼성서울병원에 그대로 적용된 점도 윤리경영의 한계로 꼽았다.

연구진은 "삼성서울병원이 윤리적 분위기와 조직충성도로 조직 관리를 정교하게 한다 해도 노동조합의 역할은 엄존한다"며 "또한 병원의 조직 동일시 현상을 뛰어넘는 사회적 이슈와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노사 간 상호 역할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 삼성서울병원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진과 사원협의회라는 이름의 노사 간 관계설정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윤리경영을 추구하며 운영됐지만 의료접근도 격차를 더욱 벌리는 역할을 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연구진은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복지재단의 목표와는 다른 의료접근성 격차라는 문제를 드러냈다"며 "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 경제논리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있다. 특정지역 특정계층 특정인사가 이용하는 병원이 되어 취약계층 등이 접근하기 어려운 병원이 되었다. 그것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의료이용자의 격차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의 양적성장의 과정과 결과는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법인의 설립목적에서 벗어나 영리추구와 상업화를 한국의 병원경영에서 공식화하고 제도화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연구진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계열사 형태로 병원업계에 진출해 의료산업화를 외치면서, 국부 창출 등의 명분을 찾는 게 시민의 건강권이라는 의료의 본질과 어울리는 문제인지에 답은 명쾌하지 않다"며 "설립 목적을 벗어난 의료산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회복지병원으로서 그 역할에 대한 비판도 윤리경영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의 사례는 병원 내부의 윤리경영이 의료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의 한계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삼성서울병원 내부의 윤리적 분위기 등 윤리경영과 다른 차원에서 외적으로는 의료접근도의 격차, 영리・상업화, 일부 의료서비스 영역의 독점 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삼성서울병원 사례는 의료조직에서 윤리경영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병원조직 내부의 윤리경영에 더해 사회적 책임이라는 보다 적극적인 윤리경영 문제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뤄져야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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