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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만나다] “환자운동 가장 큰 성과는 환자가 '의료 주체'로 나서게 된 것”강주성(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라포르시안] 강주성 씨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2008년 공식적인 활동을 접은 지 9년여 만이다. 1~2년 전부터 언론에 글을 기고하고 인터뷰를 하면서 간간이 모습을 비추긴 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보건의료 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정기총회에서 공동대표로 선출되면서 본격적으로 복귀한 셈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그가 주도해 지난 2003년 창립된 단체이다. 글리벡 약가인하 투쟁을 통해 결집된 환자운동의 힘을 조직화하고 전문화하기 위해서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창립 이후 환자 권리 확대를 위한 다양한 인식 개선 활동부터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상한제, 중증질환 등록제, 선택진료 폐지, 빈곤층 건강권 강화,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쳐왔다. 다른 어떤 단체보다 높은 '전투력'을 보였다. '활동가'이자 '싸움꾼'인 그의 기질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난 2015년에 낸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개정판 서문에 "의료에서 환자가 중심인 이유는 그 말대로 가장 약하고 아픈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누군가는 환자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말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라고 썼다. 그가 건강세상네트워크로 다시 복귀한 이유가 여기 있을 거라 짐작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 다시 건강세상네트워크로 돌아왔다. 복귀하면서 어떤 결심을 했나.

= 글쎄, 뭐 특별한 결심을 하고 복귀한 건 아니다. 초창기와는 달리 단체가 사회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 인해 자체 내에서 변화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내가 그런 변화 요구에 적절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필요하다면 처음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만들 때의 마음으로 다시 변화를 시도하겠다. 특히 후배 활동가들을 지원하고 단체의 기틀을 다시 잡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 작년에 라포르시안에 기고한 글<바로 가기>을 통해 환자운동에 대한 사회학적 고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내 환자운동이 의료시장이란 프레임 안에서 의료소비자로서 권리 확보와 이를 위한 제도개선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그러면 안 되는 건가. 

= 안될 게 뭐 있겠나. 다만 삶도 그렇지만 운동 역시 더 높은 가치와 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한계이고 뛰어넘을 벽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환자운동이 자칫 환자권리확보와 지엽적인 제도개선 활동에만 머무른다면 그건 좀 안타까운 일이다. 원래 당사자운동이 빛을 발하는 것은 당사자 스스로가 자기 한계를 뛰어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환자운동은 아직 시작 단계이고 이를 평가하기에는 내용과 시간이 부족하다.

- 수많은 환자단체가 조직됐고, 전문화됐다. '글리벡 약가 인하 투쟁'을 계기로 환자운동이 상당한 양적팽창을 했다. 다음 단계인 환자운동의 질적 변화로 넘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환자운동은 여전히 양적 팽창의 과정에 있다. 환자운동의 양적 팽창은 각기 다른 질병의 수만큼 환자모임이 조직되었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매우 유의미한 활동을 하고 있는 환자단체연합회의 활동은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아직 전체 환자의 요구를 대변하는 대표 단체가 되려면 가입된 환자단체의 수가 늘어나고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도 그 틀에 맞게 구성되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는 환자단체연합회 역시 여전히 양적 팽창의 진행형이라고 봐야 한다.

2000년대 초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약가 인하를 요구하며 한국노바티스 앞에서 집회를 할 때 모습.

- '글리벡 약가인하 투쟁' 이후 지금까지 전개된 환자운동에서 이룬 가장 큰 성과는 뭐라고 생각하나.

= 환자안전법 제정 등 여러 가지 제도개선활동을 들 수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건 환자 스스로를 의료에 있어서 하나의 운동주체로 위치 하게했다는 점이다. 이는 보건의료운동의 전문가주의에 금을 가게 하는 것이었을 뿐더러 보건의료운동이 대중운동으로 진일보하는 신호탄이었다. 다시 말하면 가장 큰 성과는 ‘주체의 형성’이었다.

- 환자들은 의료시스템 속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계도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과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피해의식이 높다. 두 집단이 처한 문제의 원인은 다른 건가.

= 처한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정서가 존재하는 건 분명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두 집단 모두 제도의 피해자인 것도 분명하다. 제도가 잘못되거나 정치를 잘못하면 그 안에 있는 모든 국민이 어려움에 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게다. 예를 들어 환자는 병원의 과잉진료를 부당하게 생각하지만 이는 마찬가지로 부당하게 수가가 낮게 책정되었다고 생각하고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행위를 늘려 수익을 더 내려는 의료계의 행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 때문에 의사들 역시 시간이 갈수록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자본주의 하에서 이런 지불방식의 변화 없이 수가만 올린다고  의사가 환자의 몸을 돈으로 보고 수익을 좇는 것을 완벽하게 제거해낼 수는 없다. 제도의 변화가 가능해야 의사와 환자가 행복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의료계가 종국적으로 연대해야 할 집단은 환자와 국민들이다.

- 2007년에 '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를 펴냈다. 1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유효한가.

= 최근 ‘병원 사용 설명서’ 개정판을 낸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오히려 초판을 낸 2007년보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훨씬 더 격하게 나타나고 있다. 의료영리화 진행은 더 가속화되었고, 의료보장성의 문제는 더 후퇴되었으며, 민영보험은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거대한 불가사리가 되었다. 누구라도 환자의 눈으로 더 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환자가 중심이 되는 의료'란.

= 환자가 중심이 되는 의료란 환자뿐만이 아니라 환자 주변의 모든 집단들이 행복한 의료라는 뜻이다. 제도의 구성과 운영이 환자의 관점과 처지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지만 환자로서의 당사자주의는 배제되어야 한다. 당사자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고 이해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조기 대선이 가시화 되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원하는 보건의료분야 대선 공약은.

= 당연히 ‘무상의료’ 공약이다. 무상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자꾸 공짜의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정확히 이야기하면 이것은 ‘국가 책임의료제도’의 구축이다. 그 재원도 공짜가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며 국가는 그 운영을 대행할 뿐이다. 이것은 헌법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고, 국가 구성원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는 문제다. 하지만 최근 대선주자들의 행태들 보면 이런 공약이 나올까 하는 의심이 가득하다. 그 외에 전국민 주치의제나 간병의 제도화 등도 매우 중요한 공약이 될 것이다.

- 보건의료 활동가이기도 하지만 또한 자주 병원 신세를 지는 환자이기도 한다. 그런 부분 때문에 활동가로서 불편한 적은 없었나.

= 왜 없겠나. 최근 3년간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 눈, 입, 코, 목의 점막이 헐어서 숨 쉬는 것이나 먹는 것, 그리고 보는 것이 많이 어려워졌다.  사실 활동은 고사하고 일상생활 자체도 많이 힘들고 불편하다. 하지만 지금도 장애인들은 그런 몸으로 끝없이 투쟁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분들에 비하면 아직은 더 쓸만하다.

- ‘공공제약사’ 설립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거 같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에서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제약사는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간 누구도 선뜻 그걸 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없었다. 생각은 쉽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제 상황은  비용과 시간이 아주 많이 소요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공제약사는 현재의 제약시장에 경쟁자로 뛰어들고자 만드는 게 아니다. 필수의약품이면서도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수가가 낮아서 만들지 않는 약 들을 만들어서 안정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제약사를 설립하는 것보다 기존 시설들을 활용해 목표를 이루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에도 백신 때문에 해당 관료들이 외국에 나가 여러 굴욕을 당한 것으로 안다. 예전의 타미플루 파동 때에도 마찬가지다. 이러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함께 준비해야 한다.

- 최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을 통해 실손의료보험 도입은 한국의료의 재앙<기고글 바로 가기>이라고 지적했다. 이 재앙을 걷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실손보험의 등장은 두 가지 요인에 그 원인이 있다., 하나는 높은 본인부담금이고, 또 하나는 비급여 문제이다. 나는 비급여 문제를 풀고 본인부담금을 줄여나가지 않으면 실손보험은 종국적으로 건강보험을 잡아먹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급여의 급여화나 보장성확대를 통한 본인부담의 감소는 실손보험사들의 수익을 증대해주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에 이를 위해 민영보험법을 따로 만들어서 이를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영보험과는 전면전보다 비급여 관리와 보장성 확대를 통한 고사 작전이 더 효과적일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어떻든 현재 국민들이 실손보험으로 내는 돈의 반의반만 건강보험으로 더 내면 무상의료도 가능한데 이걸 그냥 두고 본다는 것은 정말 미련한 짓이다.

-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계속 싸워왔다. 두 기관의 운영은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 건가. 

= 애초에 심평원이 건강보험공단 조직 밖으로 구성되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두 집단의 정체성에 대해 더 큰 문제를 느끼고 있다. 힘도 없는 거대 집단인 공단은 20조가 쌓여 있어도 이를 보장성 확대에 쓰겠다고 결정할 힘도 없고, 심평원은 심사 허가의 권한이 나날이 증대되어 식품의약품안전처처럼 갑질이 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두 집단 모두 국민의 관점에서 기관을 운영하는 생각은 실종된 것처럼 보인다.

최근 건보공단이 건강보험료 체납자 문제로 언론에 두들겨 맞아야 비로소 관련 대책을 내놓은 거나 약제의 심사와 급여 허가권을 쥐고 있는 심평원의 약평위 위원들이 구속된 것은  현재 이 두 집단의 상태를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향후 바뀐 정권에 대해 이 두 집단의 제도와 조직 개선 사업을 적극 주문할 생각이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돈을 받으며 운영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유총연맹이나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같은 단체는 오로지 시민회원들 이 한달에 5천원, 1만원, 2만원 내는 후원금으로만 살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어렵다.  항상 어디가든 후원금 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리고 우리 같은 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게 무상의료에 한발 더 다가가는 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부디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건강세상네트워크 후원 바로 가기)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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