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식도암 로봇수술 모습.
서울아산병원 식도암 로봇수술 모습.

[라포르시안] 지방의 한 국립대병원은 지난해 다빈치(da Vinci) 로봇수술기의 환자용 카트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다빈치 공급사인 인튜이티브 서지컬 한국법인에서 전원 공급장치 교체를 위해 수리 전문가를 보내는데 따른 인건비로 1시간에 154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리 견적을 요구하자 인튜이티브 서지컬 측은 "수리를 하려면 (현장)견적가격으로 하라"면서 응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급사 쪽의 요구에 맞춰 로봇수술기를 수리할 수밖에 없었다. 로봇수술기 공급 시장이 독점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한 비용 부담이 환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이 병원 감사단은 감사의견을 통해 "해당 사안 이후 (로봇수술기 공급회사 쪽에서) 어떤 요구를 할지 모르는 상태다. 따라서 로봇수술기를 이용하는 수술을 활성화해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로봇수술을 많이 해서 유지비 충당은 물론 이익까지 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빈치 로봇수술기의 경우 유지보수 계약 체결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서울의 A병원 로봇수술센터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와 유지보수 계약을 맺고 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유지보수 계약을 맺으려면 로봇수술기 1대당 연간 2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로봇수술기 5대를 보유하고 있는 병원이라면 연간 10억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A병원 관계자는 "유지보수와 관련해 병원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 미국 본사에서 비용 문제를 직접 통제하는데, 독과점 구조이다 보니 횡포가 심한 편"이라며 "새로운 기술에 어드벤티지를 주는 것은 이해하지만 횡포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로봇수술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로봇수술의 행위비용과 재료비용을 구분해 재료비용은 정부에서 직접 컨트롤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정도라고 한다.

병원들의 불만은 유지보수 비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종 다빈체에 사용되는 수술기구 등의 소모품도 회사에서 정해놓은 사용 횟수대로만 쓰고 즉각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드는 비용부담도 크다.

기구의 반복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병원들 입장에서는 수술기구의 사용횟수를 너무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불만도 없지 않다.

이러저런 비용부담이 크다보니 다빈치 로봇수술기를 들여놓은 병원 가운데 상당수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로봇수술기 1대로 연간 최소 60건 정도 수술을 해야 손익분기점 도달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튜이티브 서지컬 측에서 '다빈치S' 모델을 올해 12월 31일자로 공급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병원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인튜이티브 서지컬 한국법인 관계자는 "다빈치 로봇수술기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첨단의료기기로써 전문인력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되어야 한다"며"회사에서는 전문인력을 양성해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서비스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 비용은 모든 병원에 적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 운영을 고려해 책정했다"며 "각 병원은 유지보수 계약 또는 개별 서비스 필요 발생 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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