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장 직제개편·보건지소 신설 추진 놓고 지자체와 갈등

[라포르시안] 충남 천안과 세종시에서 보건소 운영 방식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의사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충남도의사회 박상문 회장과 천안시의사회 박보연 회장 등은 지난 27일 도의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천안시의 조례 개정안과 세종시의 남부통합보건지소 운영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지역의사회는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천안시는 '천안시 행정기구 및 정원조례 시행규칙 일부 개정 규칙안'을 3월 5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서북구보건소에 감염병 대응센터를 신설해 신종 감염병 발생 시 역학조사, 검사, 감염자 관리, 방역소독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동남·서북구 보건소로 나뉘었던 행정관리를 서북구 보건소가 컨트롤타워가 돼 종합행정관리와 조직통솔을 하게 했다. 

특히 의사가 보건소장을 맡아온 동남구보건소장의 직급을 서북구 보건정책과장과 같은 직급인 지방보건사무관·지방의료기술사무관으로 낮춰 비의사인 서북구보건소장의 지휘를 받게 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의사회 박보연 회장은 "이번 조례 개정안의 문제는 개방형 보건소장 임용조례조차 없는 서북구보건소에 모든 보건업무, 감염병 대응 등의 업무를 총괄토록 한 것"이라며 "이는 동남구를 비롯한 전체 천안 시민들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개방형 보건소장 임용조례가 없다는 것은 의사 보건소장 임용 가능성 자체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천안시의사회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천안시 측에 조례안 전면 재검토와 서북구보건소장 개방형 직위 공모 임용제 시행을 요구했다. 지역 의료계와 연대해 천안시청 앞 집회도 준비 중이다. 

박상문 충남도의사회장은 "현행 지역보건법 시행령은 보건소장을 의사로 임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충남도는 전국에서 의사 보건소장 임용률이 가장 낮은 지역"이라며 "천안시는 즉시 개방형 직위 공모 임용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시 남부통합보건지소 설립 문제도 지역 의료계의 골칫거리다. 

세종시는 새롬동에 남부통합보건지소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는 남부통합보건지소에 소아청소년과 공중보건의 2~3명을 배치해 소아·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세종시의사회 양준원 홍보이사(이삭소아청소년과의원)는 "보건지소가 들어설 1km 반경에 소아청소년과의원이 2곳이나 있고, 세종시 신도심 생활권에 7곳의 의원이 진료를 하고 있다"면서 "만약 세종시가 계획대로 남부통합보건지소를 가동하면 인근 동네의원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는 보건지소에서 오전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공중보건의 3명이 교대로 진료를 보게 하고 본인부담금을 500원만 받을 계획이다. 

이에 대해 양 이사는 "개원의사 입장에서는 의약분업 예외로 원내조제까지 가능한 보건지소의 진료비와 약제비가 저렴해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료취약지도 아닌 곳에 공보의를 3명씩이나 배치한다는 시의 계획은 농어촌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게 의료계 주장이다. 

박상문 충남도의사회장은 "도의사회는 천안시 조례 개정안과 세종시의 납부통합보건지소 신설 문제를 중대 사안으로 인식하고 총력을 다해 대처할 계획"이라며 "의협을 비롯한 전체 의료계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차원에서 지역의 공공의료를 담당할 인력을 양성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에서 보건소장 등 공공의료를 담당할 인력을 구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의원이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별 보건소장 의사 임용 비율'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보건소장 252명 가운데 의사면허 보유자는 103명(40.9%)에 불과했다. 

특히 충남도 내 16명의 보건소장 가운데 의사 출신은 2명 뿐으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의사 출신 보건소장 비율이 상당히 낮은 곳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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