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5년여 만에 대법원서 첫 확정 판결...계류 중인 다른 한센인 소송에도 영향

▲ 1950∼60년대 소록도에서는 섬을 직원지대와 병사지대(病舍地帶)로 나누고 약 2㎞ 정도의 철조망을 쳐 분리했다. 병사지대 원생에게서 자녀가 태어날 경우 전염을 우려해 직원지대에 있는 '미감아보육소'에 격리시키고, 부모와 자녀들은 이 경계선 도로 양편에 각각 서서 한 달에 한 번만 면회를 허용했다. 면회시 미감아동과 부모는 서로를 만지거나 안아 볼 수가 없었고, 특히 전염을 우려해 자녀들은 바람을 등지고 부모는 바람을 안고 면회를 했다. 이런 면회 장소를 원생들은 탄식의 장소라는 의미로 '수탄장(愁嘆場)'이라 불렀다. <사진 및 설명 출처 : 국립소록도병원 홈페이지>
▲ 1950∼60년대 소록도에서는 섬을 직원지대와 병사지대(病舍地帶)로 나누고 약 2㎞ 정도의 철조망을 쳐 분리했다. 병사지대 원생에게서 자녀가 태어날 경우 전염을 우려해 직원지대에 있는 '미감아보육소'에 격리시키고, 부모와 자녀들은 이 경계선 도로 양편에 각각 서서 한 달에 한 번만 면회를 허용했다. 면회시 미감아동과 부모는 서로를 만지거나 안아 볼 수가 없었고, 특히 전염을 우려해 자녀들은 바람을 등지고 부모는 바람을 안고 면회를 했다. 이런 면회 장소를 원생들은 탄식의 장소라는 의미로 '수탄장(愁嘆場)'이라 불렀다. <사진 및 설명 출처 : 국립소록도병원 홈페이지>

 [라포르시안] 지난해 개원 100주년을 맞은 국립소록도병원의 역사는 한센인이 겪은 차별과 배제의 기억을 오롯이 품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센인에 대한 폭행, 부당한 감금 또는 본인의 동의 없이 단종수술 등을 실시한 '한센인 격리·폭행 사건'을 비롯해 '84인 학살 사건', '오마도 간척사업 사건' 등 무수히 많은 국가공권력에 의한 한센인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다.

한센인에 대한 대표적인 인권침해 중 하나인 단종·낙태 강제 수술은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을 근거로 1990년대 전후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공권력에 의한 한센인 인권침해 사건은 50년 가까이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 2007년 10월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이듬해인 2008년 10월 시행에 들어가면서 피해구제의 물꼬가 터졌다.

지난 2009년 국무총리소속으로 '한센인피해사건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으로 피해사건 신고·접수 및 피해자 조사를 시작했다. <관련 기사: ‘당신들의 천국’에서 지옥을 겪은 한센인들>

한센인피해사건진상규명위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신고는 2009년 3월부터 2013년 4월 말까지 6차례 연장 접수를 실시해 최종적으로 1만38건이 접수됐다.

피해사건 접수 후 조사요원이 직접 방문조사 후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위원회가 심의한 결과, 6,462건(신고당시 사망 1,758)은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고, 256건은 불인정, 나머지 3,320건은 중복신고 등으로 반려됐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11년부터 한센인 539명이 국가를 상대로 강제 단종(斷種)과 낙태에 따른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한센인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한 지 5년여 만에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5일 한센인 19명의 국가소송 상고심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낙태 피해자 10명에 4,000만원, 단종 피해자 9명에 3,000만원의 배상금과 그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국가 소속 의사 등이 한센인들에게 시행한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은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행위"라며 "그에 관한 동의 내지 승낙을 받지 않았다면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한센인들의 임신과 출산을 사실상 금지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및 자기결정권,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들이 수술에 동의 내지 승낙했더라도 원고들은 한센병이 유전되는지, 자녀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치료가 가능한지 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열악한 사회·교육·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동의 내지 승낙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며 "원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이 나왔지만 같은 내용의 집단소송을 제기한 나머지 520여명의 사건은 현재 2심 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센인 피해 진상규명법'에서 직접 규정한 사건>

▲한센인 격리·폭행사건(법 제2조제3호가목)   한센인 입소자가 1945년 8월 16일부터 1963년 2월 8일까지 수용시설에 격리 수용되어 폭행, 부당한 감금 또는 본인의 동의 없이 단종수술 등을 당한 사건

▲84인 학살사건(법 제2조제3호나목)   1945년 8월 20일을 전후하여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서 소록도 갱생원 직원에 의한 폭력으로 한센인이 사망, 행방불명 또는 부상을 당한 사건

▲오마도 간척사업사건(법 제2조제3호다목)   1962년 7월 10일부터 1964년 7월 25일까지 전남 고흥군 도양면 봉암 반도와 풍양반도를 잇는 간척공사와 관련하여 한센인이 강제 노역을 당한 사건

<한센인피해사건진상규명위원회 심의·결정 사건>

▲기간 외 사건(격리·폭행)   한센인 입소자가 전염병예방법 개정(’63.2.9, 강제수용 조항 삭제) 이후 수용시설에 격리 수용되어 폭행, 부당한 감금 또는 본인의 동의 없이 단종수술 등을 당한 사건

▲사천 비토리 사건   1957년 8월 삼천포 영복원에 살던 한센인들이 농토 확보를 위해 사천 서포면의 비토리 섬에 건너가 개간을 하던 중, 비토리 및 서포면 주민 100여명의 공격을 받아 집단으로 피해를 입은 사건

▲흉골골수천자 사건  소록도병원에서 ‘나환자 흉골골수내 나균검색의 진단적 가치 연구보고’에 따라 1952년부터 골수천자기를 사용한 흉골골수 채취검사를 실시 중 환자들이 치료법이 아니라 나균검출 검사방법 연구라는 것을 알고 1954년 4월 6일 대규모 소요사태를 일으켜 검사가 중단된 사건

▲양평 양수리 사건   대명구호병원 입원 원생 40여 명이 1963년 4월부터 보사부 지원으로 양평 양수리 일대에서 살 집을 건축하던 중, 12월 19일 마을 주민에 의해 폭행을 당하고 가옥이 모두 파괴당한 사건▲안동어린이 실종 사건   1947년 6월경, 안동 실종 어린이를 한센인들이 해쳤다고 의심하여 경찰이 한센인 3명을 강변 공동묘지에서 총살하고, 경찰과 주민에 의해 한센인들이 폭행당한 사건

▲무안 연동 사건   1949년 9월 14일, 목포 형무소 탈옥사건 진압과정에서 무안 연동에 집단 거주하던 한센인 40여명이 사망 등을 당한 사건

▲함안 물문리 사건   1950년 7월 함안의 인근마을 유지들이 한센인을 제거하기 위해 통비분자란 혐의를 씌워 국군을 사주, 한센인이 사망 등을 당한 사건

▲나주 냇골 사건   1950년 9월 한국전쟁 중 인민군 점령시 주민 신고로 경찰이 희생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나주 경찰에 의해 마을 주민과 한센인 40여 명이 사망 등을 당한 사건

▲부산 일광초등학교 한센인 자녀 취학 반대 사건   1960년대 일광초등학교 입학 과정에서 용호동 주민들로부터 한센인 자녀들이  등교거부 및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

▲의성 금성초등학교 한센인 자녀 취학 반대 사건   1965년 금성초등학교에 입학 과정에서 주민들과 학부모로부터 한센인 자녀들이  등교거부 및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

▲부산 용산초등학교 한센인 자녀 취학 반대 사건   1979년 3월 용산초등학교 입학 과정에서 용호동 주민들로부터 한센인 자녀들이 등교거부 및 집단폭행을 당한 사건

▲김천 이발관 폭행 사건   1963년 삼애원에 사는 한센인이 이발관 주인에게 폭행을 당하고 쫓겨나자 삼애원 주민들이 이발관을 찾아가 항의하던 중 주인과 주민들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

▲김천 목욕탕 폭행 사건   1976년 목욕탕 주인이 한센인들이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소문을 퍼트려 삼애원 주민 60여명이 목욕탕에 항의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한센인들을 폭행한 사건

▲부산 성화원 폭행 사건   1950~1970년대까지 성화원에 입소한 한센인들이 원장과 직원들로부터 격리, 감금 및 폭행과 강제 노역을 당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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