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부모 세대서 자식 세대로 이어지며 불평등 구조의 고착화

 [라포르시안] 교육이나 소득수준별로 사망률의 격차가 확대되고, 건강불평등이 부모에서 자식 세대로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더는 새롭지도 않다.

구조화된 사회적 불평등이 건강불평등이란 방식으로 몸에 새겨지고 겉으로 드러난지 오래다.

부모의 경제적 격차가 자식 세대의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세상이다. 학벌사회에서 교육의 격차는 다시 소득의 격차를 낳는다. 부모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서 그 자녀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비율이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로 증명됐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건강불평등에 관한 각종 연구는 차고 넘친다.

서울대 의과대학 강영호 교수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건강보험 가입자 및 의료급여 수급자의 보험료 자료와 사망신고자료를 이용해 우리나라 광역시·도와 시·군·구의 소득수준별 기대여명 차이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강원도 화천군의 하위 소득 20%의 출생시 기대수명은 71.0세로 전국적으로 가장 낮았다. 서울시 서초구 상위 소득 20%의 출생시 기대수명은 86.2세로 가장 높았다. 두 집단의 기대수명 차이는 15.2세 달했다.

이런 결과가 도출된 원인이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강원도 화천군과 서울시 서초구에 분포한 의료자원의 불균형, 소득 수준에 따른 미충족 의료비율 격차 등이 이런 기대수명의 격차를 발생시킨 주요인으로 작용했을 거다.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은 또 어떤가. 세모녀는 아버지의 질병 치료 과정에서 생긴 '재난적 의료비'로 인해 메디컬푸어'(Medical Poor)로 전락했고, 큰 딸과 어머니에게 닥친 질병은 마지막 생존수단마저 빼앗아 갔다.

매달 5만원의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냈지만 세모녀에겐 오히려 납부 부담만 안겨줬다. '상병수당(업무상 질병 외 일반적인 질병 및 부상으로 치료를 받는 동안 상실되는 소득 또는 임금을 현금수당으로 보전해 주는 급여)'이 없는 건강보험제도는 질병으로 소득을 상실한 저소득층에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불합리한 건강보험제도가 오히려 건강불평등을 확대시키는 지렛대 역할도 한다.

부모가 체납한 건강보혐료가 자식에게 대물림된다. 아동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영유아한테 부모가 체납한 보험료를 내라고 독촉장을 보내고, 부모가 체납한 보험료의 연대책임의무로 급여통장이 압류되고 직장을 잃은 20대 청년의 사연도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건강과 질병의 세대간 대물림 현상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청소년의 건강수준에 불평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건강형평성 현황 및 대책'(김동진 부연구위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아버지 교육수준에 따라 청소년의 주관적 불건강인지율(건강상태에 대한 주관적 평가)이 크게 차이가 났다.

청소년 흡연율에 있어서도 아버지의 교육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에서 흡연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가난한 부모는 자식을 가질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쪽으로 불평등의 행태는 점점 더 고약해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간의 임신 및 분만 경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소득 수준에 따른 산모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소득 1~2분위에 속하는 저소득층 산모의 비중이 2006년에는 각각 14.4%와 19.3%에서 2015년에는 9.4%, 13.0%로 감소했다. 반면 4~5분위에 속하는 고소득층 산모의 비중은 2006년 각각 25.9%, 13.3%에서 2015년 33.8%, 17.2%로 늘었다. 출산에 있어서도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소득 수준과 나트륨 섭취량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최근의 연구결과는 건강불평등이 어떻게 구조화되고 고착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득이 낮은 집단일수록 식사가 불규칙하고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트륨 섭취량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 많았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과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층은 만성질환이 있어도 의료비 부담 때문에 의료이용을 자제한다. 그러다 보니 병을 더 키우게 된다. 결국 질병으로 인해 노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소득이 줄어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이런 건강불평등이 차곡차곡 누적돼 자식 세대로 이어지고 구조화된다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동진 부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서의 건강불평등은 어느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간에 대물림되고 있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부모세대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청소년기의 건강 혹은 건강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청소년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건강 격차로 나타날 수 있음을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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