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의료정책 뉴스&뷰
응급실 폭력이 ‘멍청한 행동’인 진짜 이유[뉴스&뷰] 응급실 치료는 접수 순서가 아니라 증상의 위중함 따라 의료진이 결정
mbc 관련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응급실 내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끊이질 않는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응급실에서 오히려 의료진이 폭행을 당한다.

의료진을 향한 폭력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응급환자의 진료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마저 빼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상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가뜩이나 지방의 중소병원에서는 간호사 등의 의료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응급의료기관 지정 취소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의료진 폭력까지 벌어지면서 응급실을 폐쇄를 고민하는 병원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동두천에서는 환자가 야간당직 의사를 폭행해 지역 유일의 야간응급진료소가 폐쇄될 상황에 처하는 일도 있었다.

환자나 보호자는 대체 무슨 이유로 응급실에서 그렇게 화를 내고, 의료진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걸까. 가장 빈번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내가 먼저 왔는 데 왜 다른 환자보다 진료를 늦게 보느냐'다. 이는 응급실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응급실이란 말 그대로 급성질환이나 손상으로 인해 신속한 의학적 처치가 필요한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찾아가면 무조건 응급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실제로 응급환자라면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응급환자가 아니라면 많이 기다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은 일반 외래진료처럼 접수 순서에 따라 진료를 보는 곳이 아니다.

응급실을 찾으면 다 응급환자가 아닌가? 물론 아니다. 응급환자는 엄연히 법규정상 그 기준이 정해져 있다.

급성질환이나 분만, 각종 사고 및 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그 밖의 위급한 상태로 인해 즉시 필요한 응급처치를 받지 않을 경우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람이 바로 응급환자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응급증상 및 이에 준하는 증상을 정해 놓았다. 당연히 응급실 의료진이 이런 기준에 따라 응급환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대한응급학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 중에서 80%가량은 감기나 복통 등의 비응급환자로 나타났다. 야간이나 휴일에 아플 경우 외래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이 적다보니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경증환자들도 일단 응급실부터 찾을 수밖에 없는 의료환경 탓이기도 하다.

당연히 응급실은 증상이 중한 응급환자를 최우선적으로 치료하는 곳이기 때문에 경증의 비응급환자는 먼저 내원했더라도 응급환자에게 진료 순서가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 2016년 1월부터 응급환자 분류체계를 5단계로 세분화 한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 제정 고시가 시행에 들어갔다. 새로 마련된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KTAS)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8조의3에 따른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과 분류방법 등을 세세하게 규정해 놓았다.

KTAS에 따른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는 환자의 연령, 증상의 대분류, 증상의 소분류 및 세부판단기준의 4단계 판정절차에 따라 시행토록 했다. <관련 기사: 응급환자 1~5등급 분류 ‘한국형 트리아지’ 내일부터 시행>

중증도 등급기준은 ▲중증응급환자(중증도 분류결과 제1군 및 제2군) ▲중증응급의심환자(중증도 분류결과 제3군) ▲경증응급환자 및 비응급환자(중증도 분류결과 제4군 및 제5군)로 나뉜다.

KTAS에 제시된 기준을 적용해 환자를 구분하면 이런 식이다. 환자가 15세 이상이며(A, 1단계), 신경과적 증상(C, 2단계)을 호소하고, 착란 증상(B, 3단계)을 보이며 중등도 호흡곤란(AA, 4단계)일 경우 '중중응급환자 2등급'으로 분류된다.

환자가 15세 이상(A)이고 소화기 증상(J)을 호소하고, 직장내 이물질(D)이 확인되지만 열이 38도 아래로 의료진이 판단하기에 건강해 보일 경우(AK) '경증응급환자(4등급)'로 분류가 된다.

이렇게 4등급(비응급)과 5등급(경증환자)으로 분류돼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진료비 외에 '응급의료 관리료'(권역응급의료센터 5만4830원, 지역응급의료센터는 4만7520원)을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응급환자를 위한 응급실을 비응급환자가 이용한 데 따른 일종의 페널티다. 응급실의 존재 이유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다.  

응급환자를 세세하게 분류하고 비응급환자가 이용했을 때 페널티를 주는 이유는 명확하다. 응급실의 시설과 의료인력 등이 정말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중증환자를 위해서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응급진료의 지연으로 환자가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다면 "내가 먼저 왔는 데..."라며 화를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접수부터 하세요”란 말에 화를 내는 환자나 보호자도 적지 않다. 아픈 환자를 두고 치료비부터 챙기려고 하는 야박한 병원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접수부터 하라는 말은 치료비 때문이 아니라 환자 진료를 위해 꼭 필요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일반 외래진료와 마찬가지로 응급실에서도 접수를 해야 환자의 진료차트가 생성되고 진료가 가능하다. 진료차트가 없으면 환자에게 필요한 약 처방이나 처치를 입력할 수도 없다. 의료진이 판단했을 때 정말로 위중한 응급환자라면 당연히 응급처치부터 먼저 한 다음에 접수절차를 밟는다. 

간혹가다가 응급실 의료진이 혈액검사나 CT촬영을 해야 한다고 하면 병원 수입을 위해 과잉진료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환자도 적지 않다. TV드라마의 응급실 장면에서도 심심찮게 그런 장면이 나온다. 환자나 보호자가 의사 멱살을 잡으며 "돈에 눈이 멀어서 과잉진료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묻는다. 

기본적으로 응급실에서는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진료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응급실이겠나. 아무리 경험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의사라도 응급증상으로 내원한 환자의 상태만 보고 금방 무슨 병인지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당연히 각종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린 후 필요한 처치를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응급실에서 내원환자를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자주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반 혈액검사부터 전해질검사, 감염이나 염증성 질환이 의심될 때 하는 CRP 검사, 생화학검사(간기능검사, 콩팥기능검사 등) 등의 다양한 혈액검사를 통해 신속하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을 이용할 때 가장 명심해야 할 점은 이거다. 응급실에서 의료진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거나 협박을 하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부순다고 나아질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그런 식으로 먼저 치료를 받을 수도 없는 문제이고, 오히려 응급실을 방문한 진짜 응급환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한 행동이란 걸 깨달아야 한다.

복잡하거나 이해 못할 게 하나도 없다. 그냥 이 점만 인식하면 된다.

'응급실에서 환자 치료는 먼저 온 순서가 아니라 증상이 위중한 순서부터, 응급실은 목숨이 위중한 응급환자를 위해 준비되고 운영되는 곳'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3
전체보기
  • 낭만닥터 2017-01-31 12:58:42

    병원에서 응급은 먼저 온 순서가 아니라 치료가 급한 순서! 학교에서 응급실 이용에 대한 교육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삭제

    • Neurosurgeon 2017-01-31 11:58:36

      매우 좋은 글입니다. 지극히 찬성합니다. ^^   삭제

      • mrco2 2017-01-31 10:30:00

        문제는 자기손가락에 흐르는 피가 중요하지
        다른사람 온몸에 칠.갑을한 피는 중요하지않는사람들이 많다는거지..   삭제

        여백
        여백
        포토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