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출 투표 비율 놓고 반발 거세…이화의료원 노조 "모든 구성원 참여하는 직선제 도입해야"

전국보건의료노조 이화의료원지부는 서울본부 산하 지부장 및 전임간부들과 함께 1월 19일 오후 1시 30분부터 학교법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실이 있는 본관까지 행진을 벌인 후 규탄 집회와 항의 퍼포먼스, 항의서한 전달을 전개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전국보건의료노조 이화의료원지부는 서울본부 산하 지부장 및 전임간부들과 함께 1월 19일 오후 1시 30분부터 학교법인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실이 있는 본관까지 행진을 벌인 후 규탄 집회와 항의 퍼포먼스, 항의서한 전달을 전개했다. 사진 제공: 전국보건의료노조

[라포르시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한 계기는 이화여대의 학사비리와 그에 항의해 장기간에 걸쳐 전개된 학생들의 시위였다.

지난해 7월 말 이화여대 측이 교육부가 30억을 지원하는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설립'을 졸속으로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시위가 촉발됐다. 10월까지 계속된 시위 과정에서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과 학점 비리 사실이 밝혀지면서 총장 사퇴까지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이화여대 법인 이사회인 ‘이화학당’은 작년 12월 말 교수평의회가 제안한 총장직선제 도입 방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지난 16일 이화학당은 이사회 회의를 열고 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뽑는 방안을 포함한 ‘이화여대 제16대 총장 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을 의결했다.

이사회가 의결한 총장직선제 방안을 보면 교수, 직원, 학생이 100:10:5로 투표권을 갖게 됐다. 이사회의 의결 사항이 알려지자 학상들과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총학생회와 학교 노동조합은 "총장선출 규정을 마련하면서 구성원 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모든 사항을 결정했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게다가 대학본부에서 이화의료원 직원들은 '대학의 직원이 아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총장선출을 위한 투표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화의료원 노동조합은 19일 오후 1시 30분부터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적이고 올바른 직선제라면 당연히 모든 직원에게 총장 선출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연세대학교, 조선대학교 등 다른 사립대에서도 부속 의료원 직원이 총장선출을 위한 투표권을 지니고 있는 사실이 많이 알려졌고, 이화의료원 직원 역시 투표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당연한 기대를 가져왔다"며 "뿐만 아니라 교수평의회의 결정으로 당연히 총장선거에 권리를 행사하리란 이화의료원 직원들은 자신들이 총장선거에 빠진 이유를 대학 행정처와 학교법인의 어느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어 당혹감은 더욱 증폭됐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학교법인 이화학당의 정관은 의료원을 부속하도록 하고 있으며, 의료원의 모든 직제와 정원은 이 정관에 의해 규정하도록 명시해 놓았다.

실제로 의료원 경영에서 이화여대는 중요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2015년에는 직제를 개편해 경영본부장직을 신설하고 대학교 측에서 직접 교수를 본부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노조는 "지금 이사회와 대학본부는 회계가 별도로 돼 있다는 이유로 (이화의료원 직원들이)이화여대 직원이 아니라고 하다가 최근 이사회에서는 사무직원의 인사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장직선제 투표구성단위에서 배제했다"며 "이화여대 총장은 의료원에 매우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올바른 직선제라면 의료원 직원들에게도 총장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총장직선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화여대 교수들만 참여하고, 다른 구성원들은 배제됐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의료원 노조는 "교수를 제외하고는 총장 직선제에 참여하는 구성단위비율이 왜 이렇게 결정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교수의 비율에 비해 직원과 학생의 비율이 터무니없이 낮은 것도 문제이고, 직원의 범위에 왜 의료원 직원은 배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없었다"고 항의했다.

노조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할 때 비로소 민주적인 대학의 모습을 찾을 것이고, 그것이 이화여대를 살릴 길"이라며 "그 시작인 총장 직선제의 방향을 재고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이화학당 이사회가 결정한 선거 규정을 대해 이화여대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교수들이 대부분의 투표권을 갖는 총장 선출 규정을 가결한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를 규탄한다”고 항의했다.

이화여대 교수평의회도 19일 성명서를 내고 "이사회가 지난 18일 통지한 총장후보 추천에 관한 규정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