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환(대한정주의학회 회장)

[라포르시안] "세간에서 '마늘주사'라고 불리는 주사제 속에 마늘 성분은 없습니다."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이 맞았다는 각종 영양주사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관심을 이용해 일부 성형외과와 피부과에서는 '신데렐라주사 패키지' 또는 '길라임주사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펼쳐진다. 

각종 영양주사가 실제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비선 의료진을 통해 맞는 것 아니겠냐는 근거 없는 믿음도 이런 상황을 부추기는 데 한몫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양주사제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도 '영양주사제 = 만병통치약' 같은 잘못된 믿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심지어 태반주사가 태반을 원료로 하는 것처럼 마늘주사도 마늘 성분을 함유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고 잘못 이해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대한정주의학회 최세환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엉뚱하게 각종 영양주사제가 오남용 되는 상황이 초래될까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주의학회는 기능의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정맥주사영양요법(IVNT)를 이용한 치료법을 통해 국민건강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의사들의 모임으로, 지난 2014년 2월 창립됐다. 태반주사, 마늘주사 등 정맥을 통해 투여하는 영양주사 분야의 전문가 단체인 셈이다. 

최 회장은 "2015년 말 헌법재판소가 의사협회의 의료광고사전심의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이후 빈틈을 탄 일부 의료기관의 허위·과장광고가 도를 넘고 있다"며 "게다가 정부와 언론조차 이들 주사제의 정식 명칭 대신 별칭을 사용하는 등 잘못된 인식으로 오남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마늘주사제는 마늘 성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다. 마늘주사의 주성분인 '푸르설타민'은 활성형 비타민 B1인데, 유황성분 때문에 정맥으로 투여하면 약한 마늘냄새가 난다고 해서 '마늘주사'란 별칭으로 불리게 됐다.

백옥주사 역시 '글루타치온'이 주성분으로, 이 성분은 '시스플라틴' 계열 항암제를 썼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글루타치온의 약리작용 중 피부의 멜라닌 색소의 합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미백효과를 보일 수 있다. 

감초주사는 감초에 함유된 '글리시리진'이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 주사제는 두드러기, 습진과 같은 피부질환에 도움이 되고 만성 간질환에서 간기능 개선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과용하면 고혈압과 부종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최 회장은 "함유된 성분과 이름이 일치하는 것은 '태반주사'가 거의 유일하다"면서 "이들 주사제도 약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반드시 정식으로 교육받고 공부한 경험이 있는 의사가 충분한 문진과 진찰을 하고, 필요한 경우 혈액검사를 한 후 환자의 상태에 맞게 투여해야 한다. 영양주사제를 만병통치약처럼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수가 정책과 함께 최근의 경기불황으로 의료기관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비급여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는 학회가 추구해 온 근거에 기반을 둔 안전하고 효과 있는 정맥주사영양요법 경험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의사협회와 공동으로 객관적인 진료지침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작년 10월부터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의뢰해 IVNT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주의학회도 보건의료연구원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한편 정맥주사영양요법에 대한 집중심화교육 프로그램과 진료지침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오는 4월 제2차 국제학술대회가 끝나는 대로 준비 중인 매뉴얼을 완성해 집중심화교육을 할 계획"이라며 "의사협회가 주체가 되고 정주의학회가 교육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영양주사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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