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장애는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거나 심하게 변하고 활동량, 의욕 등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조증과 그 반대 상태인 우울증의 양극이 반복되는 정신장애다.

양극성 장애 유병률은 미국 등의 서구권에서 통상 2~3%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양극성 장애 유병률이 0.2~0.3%로 유독 낮은 것으로 보고된다.

국내 연구진이 한국에서 양극성 장애 유병률이 낮은 이유가 진단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돼 가벼운 양극성 장애가 진단에서 모두 배제되고 있는 점을 규명했다.

인하대병원 김지현 교수<사진>와 경북대병원 장성만 교수 등 국내 7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공동 연구팀은 정신보건법에 따라 지난 2011년 실시된 전국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의 일환으로 국내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의 유병률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공동 연구팀은 기존의 양극성 장애 진단기준이 한국에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것으로 보고, 기분장애설문지(Mood Disorder Questionnaire, MDQ)라는 도구를 이용해 총 3,013명을 대상으로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의 유병률을 측정했다.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란 기존의 제1형 및 2형 양극성장애 뿐 아니라 가벼운 수준의 양극성 기분조절 장애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연구 결과,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 가능한 사람이 한국 전체 인구의 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구권 국가의 양극성 장애 유병률(2~3%)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에 해당하는 사람 중 78.3%는 기존의 진단기준을 따르면 우울장애(35.4%)나 불안장애(35.1%), 알코올 및 니코틴 등의 물질사용장애(51.9%)로 진단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하대병원 김지현 교수는 "진단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벼운 양극성 기분장애라 할지라도 예후와 기능저하, 자살 등의 위험성은 제1형이나 2형에 못지 않게 심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단에서 배제돼 향후 증상이 심해지거나, 다른 정신 장애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에는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았던 가벼운 증상이나 위험 인자를 치료의 대상으로 보거나, 최소한 예방적 조치가 필요한 상태로 보는 것이 최근 의학계의 추세"라며 "기분장애 등 정신장애에 있어서도 기존 진단기준보다 넓은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정동장애학회(ISAD) 공식학회지인 '정동장애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16년 10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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