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충원 없는 상태서 15년내 MD 출신 교수 2/3 정년퇴임"…국가가 전담조직 만들어 지원해야

[라포르시안] 의대생들의 지원 기피로 고사 직전인 기초의학을 활성화하려면 정부가 기초의학 연구에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기초의학협의회 전용성 교육위원장(서울대의대 생화학교실) 팀은 최근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기초의학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기초의학이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로 "기초의학이 퇴보하거나 붕괴하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임상의학의 발전을 기대할 수 어렵고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는 의료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꼽았다. 

연구팀이 인력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기초의학 인력의 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새로 충원한 교수도 의학교육학과 같은 인문사회학 분야에서 이뤄졌고 전통적인 기초의학인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 약리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병리학, 예방의학 등은 오히려 해마다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퇴직을 앞둔 기초의학자가 많아 대학이 적극적인 충원 노력을 하지 않으면 향후 15년 이내에 기초의학자는 고갈 상태에 이를 것으로 진단됐다. 

실제로 2013년 5월 나온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교육현황집에 따르면 8개 기초의학 분야의 총 전임교원 수는 1,375명인데, 이 중 병리학과 예방의학을 제외하면 총 865명이고 M.D.(Doctor of Medicine)는 55.6%인 481명이었다. 이들 중 40세 미만은 70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15년 이내에 기초의학 MD 교수의 2/3가 정년퇴임을 한다. 전국 의과대학이 40개라면 한 학교당 8개 교실을 합쳐 3~4명의 MD 교수가 남게 되는 것"이라며 "제중원 시절에도 기초의학을 가르치던 MD 교수가 3~4명은 넘었다. 연구는 고사하고 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초의학 MD 기초의학 교수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더 치명적인 것은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기초의학을 전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지난 2008년 연세대 의대 졸업생 가운데 대학교수를 희망하는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초의학을 1순위로 적은 학생은 1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한 명도 결국 기초의학교실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의대 졸업생의 기초의학 영역 진출을 늘리려면 ▲기초의학 MD 교원의 위상 제고 ▲충분한 경제적 보상 ▲연구 영역에서 임상의학과 생명과학 사이에서 설 자리 보장 등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의대가 기초의학의 황폐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팀은 "현재 의과대학의 교육 방향이 지나치게 임상 위주로 가고 있다. 최신 의학교육은  '통합교육'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런 통합교육 도입 과정에서 본래의 목적을 벗어난 교육의 행보는 결과적으로 기초의학의 존폐를 위협하는 결과를 불렀다"면서 "그러나 통합의학은 임상기술 교육이 아니며, 의학교육은 기초의학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초의학 활성화 방안으로 국가가 전담조직을 만들어 기초의학자 생애 전주기 지원, 기초의학 인증의 제도 도입, 병역특례에서 우선 선발 등을 제시했다. 

기초의학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의학교육 평가인증에 기초의학 교육 관련 평가 기준 강화, 기초의학 의사국가시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초의학 연구 활성화를 위해 기초의학 연구비 지원 확대와 장기 발전 계획 수립, 의사기초의학자 확보를 위한 장기적 집중 투자, 주요 기초과학 정책에 기초의학자 참여 보장 방안도 제안했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도입된 국민건강보험 등에 의해 진료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임상의학 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한 것과 대조적으로 기초의학 분야는 오히려 퇴보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며 "기초의학을 활성화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만들어 장단기 방안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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