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입자가속기 운영권·동남권 위탁운영권 내건 투자 병원 모집 논란…보건노조 "정부 책임회피 꼼수"

[라포르시안]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구축사업 추진에 필요한 투자금 마련을 위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위탁운영권 부여 등을 조건으로 내건 투자 병원 모집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투자 병원 공모가 서울대병원을 염두에 둔 것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지난 13일자로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에 600억∼750억원을 투자할 병원을 찾는 '중입자치료센터(가칭)⋅동남권원자력의학원 병원 운영 및 중입자치료기 구축 참여 병원' 모집 계획을 공고했다.

이 공고에 따르면 참여 병원으로 선정되면 사업비를 부담하는 대신 중입자치료센터 및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위탁운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위탁운영권은 최소 10년 이상 보장되며, 매년 운영비 일부도 의학원으로부터 별도 지원받는 조건이다.

이와 관련 전국보건의료노조는 17일 성명을 내고 "이번 공모는 중입자가속기 사업이 장기화되고 그 책임문제에서부터 마무리까지 모르쇠로 일관한 정부가 책임을 덮기 위한 일환"이라며 "중입자가속기 사업 주체의 변경과 동시에 750억 투자를 전제로 최소 10년 이상 동남권의학원을 위탁경영으로 넘기는 헐값 처분 계획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입자가속기 구축사업이 표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학원의 중입자가속기 사업은 결정 과정에서부터 무책임한 정부와 의학원의 무능이 낳은 예고된 부실사업이었다"며 "암치료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연구개발 사업인 만큼 민간 영역이 수행하기 어려운 공공성 확대 분야로서 철저한 기초지원이 뒤따라야 했으나 대규모 R&D사업 비용을 십수년간 경영의 어려움으로 애초 재원마련 여력이 없었던 원자력의학원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고 성토했다.

노조는 "폭탄돌리기 마냥 시간을 끌고 사태를 키워온 책임을 명백하게 가리고 바로잡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주체가 누구로 바뀌든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이번에 참여 병원 모집 공고를 내면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위탁운영권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게 서울대병원을 위한 특혜성 공모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원자력의학원이 서울대병원과 중입자가속기 추진사업을 위한 투자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투자 협상 과정에서 서울대병원은 중입자가속기 구축사업에 750억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1,950억짜리 국책사업의 경영권 확보 ▲중입자치료기 인근의 동남권의학원 위탁운영 ▲10년 동안 일정 정도의 운영비 지원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우연인지 협상의 결과인지 모르지만 지난 13일 발표된 '중입자치료센터 운영 및 동남권의학원 병원 위탁운영 조건 재공모'를 통해 동남권의학원의 10년 위탁경영 및 중입자가속기의 경영권을 통째로 넘기는 공고가 발표됐다"며 "이른바 서울대병원을 위한 맞춤형 공모, 특혜성 공모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중입자가속기 사업의 운영권을 넘기고 동남권의학원을 위탁운영하는 건 기관의 존폐마저도 위협받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동시에 동남권의학원 구성원들에게는 자신의 삶의 터전이자 소속된 기관에서의 결정권을 제한당하는 심각한 배제에 다름없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를 들어 동남권의학원 위탁경영 방침 철회와 표류하는 중입자가속기 사업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올바른 해법 제시를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책임회피의 꼼수로 점철된 동남권의학원의 위탁경영과 중입자가속기 사업 주체변경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의학원의 존폐와 운명을 가늠하게 될 동남권의학원 위탁경영 방침 철회와 중입자가속기 사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포함한 올바른 해법 제시를 요구하는 투쟁에 전면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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