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 중입자치료기 구축 참여 병원 모집 공고…4년간 총 750억 투자해야

중입자치료센터 전경.
중입자치료센터 전경.

[라포르시안]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는 헬륨, 탄소 등 무거운 원소의 원자(중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그 에너지 빔(선)을 암세포에 쏘아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파괴해 치료하는 기기다.

치료과정에 통증이 없고 정상조직 손상이 없기 때문에 후유증도 매우 적다. 환자 한 명의 암 세포를 제거하는데 30분밖에 걸리지 않아 '꿈의 암치료기'라고 불린다.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지난 2010년부터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7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사업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이 외부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추진키로 해 관심이 모아진다. 사업비를 부담하는 외부 투자자에 중입자치료센터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운영권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었다. 

앞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010년부터 난치성 암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운영하기 위해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의 수행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며 총사업비 1,950억원이 투입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중입자가속기를 설치·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사업비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가 700억원, 지방자치단체가 500억원, 한국원자력의학원이 750억원을 부담키로 했다.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을 위해 미래부와 지자체가 투입한 국비와 지방비 총 965억5,000만원을 투입해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건물을 구축해 완공 단계에 이르렀지만 본격적인 중입자가속기 치료시스템 제작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사업비 75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자력의학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수도권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암환자 유치를 위한 암센터 신축 경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우수한 의료인력 유출과 환자수 감소로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 2011년부터 수년 간 수십억 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경영난이 악화돼 직원들의 임금체불 사태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심각한 경영난 속에서 700억원이 넘는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 사업비를 마련하는 게 여의치 않았다. 

자체적으로 사업비 마련이 힘들다고 판단한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15년 6월 투자기업 모집 공고를 실시하고 국내기업 1곳으로부터 3년간 총 150억원을 투자받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이마저도 해당 기업과 이행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이 때문에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펴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관 '2015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래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주도하는 연구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것에 대하여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중입자가속기 구축사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원자력의학원은 작년 12월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에 참여할 병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낸 바 있다.

당시 의학원이 제시한 조건은 사업비 중 분담금 750억원을 참여병원(400억원 내외)과 분담해 조성하는 방식으로, 분담금의 절반 이상 부담하는 기관에는 중입자치료센터 공동운영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응모한 기관은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훨씬 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참여 병원 모집 공고를 냈다.

의학원이 지난 13일 공고한 '중입자치료센터(가칭)⋅동남권원자력의학원 병원 운영 및 중입자치료기 구축 참여 병원' 모집 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에 600억∼750억원을 투자할 병원을 모집한다.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분담금액 750억원(치료실 3개 기준 구축시) 또는 600억원(치료실 2개 기준 구축시)을 부담하게 된다.

사업비를 부담하는 대신 참여 병원에는 중입자치료센터 및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운영권이 부여된다. 최소 10년 이상 운영권을 보장하고, 매년 운영비 일부를 별도 지원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은 중입자치료센터 이관이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안정적인 사업비 분담(약 750억원)이 가능하고 중입자치료기 구축·운영을 위해 해외 타기관과 연계해 연구 수행이 가능한 관련 시설 및 인력 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원자력의학원은 오는 2월 23일까지 사업 참여 의향서를 받아 같은 달 28일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3월 안에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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