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지도에 반대해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BWAVE (Black wave)’ 회원. 사진 제공: BWAVE
출산지도에 반대해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는 ‘BWAVE (Black wave)’ 회원. 사진 제공: BWAVE

[라포르시안] 저출산 문제 극복 대책이라는 명분으로 가임기 여성의 수를 지역별로 표시한 '출산지도'를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의 잘못된 저출생 대책과 성차별적인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저출생 문제의 개선을 위한다면 지역별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와 늦게까지 운영하는 보육시설 등의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모임인 ‘BWAVE (Black wave)’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 제작에 항의하는 집회는 가진 바 있다.

BWAVE는 12일 "행자부로부터 출산지도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는 데 참석요청을 받았다. 다만 아직까지 회의 날짜는 물론 회의의 주제 및 목적에 관해서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BWAVE는 행자부 회의 참석시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출산지도의 수정방향 및 저출생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에 관해 온라인을 이용한 의견수렴을 받았다. 

이를 통해 BWAVE는 행자부 회의에서 제시할 9가지 요구사항을 확정했다.

BWAVE는 "출산지도는 여성을 애 낳는 기계이자 가축으로 취급한 것이며, 저출생의 책임을 오직 여성들에게 돌린 것"이라며 "출산지도가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될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젠더 감수성이 없는 사람은 여성과 관련된 정책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 이 사태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홍윤식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출생 대책을 수립할 때는 기획 단계부터 여성학 전문가의 자문을 듣고, 정책 담당공무원과 자문위원의 실명을 공개할 것도 요구사항에 넣었다.

BWAVE는 "출산지도를 만들면서 이것이 논란이 될 줄 몰랐다는 것은 기획 단계에 여성적 시각이 전무하였다는 방증"이라며 "앞으로 이런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기획 단계에서부터 여성의 비율을 높이고 여성주의자들의 자문을 받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저출산'이라는 단어 대신 ‘저출생’이란 단어를 사용할 것도 요구한다. 출산율, 저출산 드의 단어가 출산과 양육을 사회의 책임이 아닌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그러한 태도를 조장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BWAVE는 "'저출생 문제'라는 단어에서는 단지 신생아가 적은 현상이 연상되지만, '저출산 문제'라고 하면 마치 여성들이 아이를 적게 낳아서 문제라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대한민국에서는 출산율(fertility rate)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는 반면 외국에서는 출생률(birth rate)이라는 단어가 월등히 많이 사용된다"고 강조했다.

여성혐오, 유리천장, 독박육아 등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실적인 이유를 파악하고, 그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WAVE는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실적인 이유를 명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며 "또한 출생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동성부부·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법적으로 인정되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비혼모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비혼모를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산지도를 통해 가임여성 수를 공개하는 것보다 차라리 '결혼할만한 남성'(marriageable men,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어 가정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남성)의 수를 공개하는 게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BWAVE는 "행자부는 가임여성 수가 단순히 통계일 뿐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가임여성 수만 공개하고 결혼할만한 남성의 수는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결혼할만한 남성의 수를 통계내어 공개하는 것이 가임기여성을 수치화하는 것보다 실효적일지 모른다"고 했다.

이밖에 출산과 양육을 위한 보다 실용적인 정보로 지역별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 수치와 늦게까지 영업하는 보육시설 수치를 조사해서 공개할 것도 행자부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