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없는 합의 해놓고 의협 호들갑" 비판 제기…공단 노조 "현지확인 업무 달라질게 없어"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현지확인 제도 개선 방향'을 합의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벌써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의협이 지난 11일 공개한 공단과의 현지확인 제도 개선 합의사항에 따르면 방문확인은 요양기관이 동의한 경우에만 실시하고, 요양기관이 자료제출 및 방문확인을 거부하거나 현지조사를 요청하는 의견을 표명한 경우 자료제출 및 방문확인을 중단하도록 했다. 

현지확인을 처벌보다 계도 목적으로 운영하고, 수진자 조회 등 향후 방문확인 제도 개선을 위해 두 기관이 지속해서 협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서 의협은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정작 건보공단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라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현지확인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합의한 직후 열린 주간브리핑에서 "지난해 안산과 강릉에서 회원의 자살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건보공단의 방문확인과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에 대한 회원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매우 크다"면서 "이에 협회와 건보공단은 방문확인 제도를 개선키로 하고 개선 방향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번 건보공단과 합의는 사태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만약 건보공단이 이번 사건을 덮기 위해 단순히 기본 방향에 합의했거나 개선 노력이 지지부진하면 확지확인을 전면거부하겠다는 것이 협회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지확인 제도 폐지를 요구하며 지난 5일부터 건보공단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온 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은 "최종 목표는 현지조사권을 일원화하는 것"이라며 "일단 서로 합의해서 현지확인을 한다는 조건은 수용할 만하다. 특히 현지조사권 일원화를 위한 관련법 개정으로 가는 과도기적 상황을 만든 것에 이번 합의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원가 일각에서는 "우리가 요구해온 것은 건보공단의 현지확인 제도를 없애라는 것이다. 현재와 비교해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을 합의해놓고 의협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의협과 달리 건보공단 측의 태도는 조금 애매하다. 특히 이번 합의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건보공단 노동조합의 반응은 심드렁하기까지 했다.  

건보공단 노조 조창호 정책기획실장은 "지금도 요양기관에서 현지확인을 거부하면 억지로 할 수 없다.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그냥 나가는 일은 없다"며 의협과 합의한 내용이 기존 현지확인 업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실장은 "행정조사기본법의 원칙도 강압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당사자가 동의해야 한다"면서 "결론적으로 이번 합의는 의협과 건보공단이 서로의 역할을 확인한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릉 비뇨기과 의사의 죽음이 건보공단의 현지확인 때문이라는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반박했다. 

조 실장은 "팩트체크를 해보면 알겠지만 전화나 팩스로 문서 주고받고 확인하는 단계였다. 실제로 현지확인 대상이 될지는 2개월 이후에나 알 수 있다"며 "그런데 고인은 현지확인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고 일주일 만에 숨졌다. (자살의 원인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현지확인 때문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건보공단은 지난 11일 라포르시안 보도와 관련해 해명자료를 내고 "이번에 의협과 합의한 내용은 요양기관이 자료제출이나 방문확인을 거부·기피하거나 복지부의 현지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면 굳이 무리하게 방문확인을 강행하기보다는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된 SOP(요양기관방문확인표준운영지침)를 성실히 준수해 보험자와 공급자 간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하고 불신을 해소함으로써 앞으로 상생 협력의 관계로 계속 발전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서로 논의한 내용"이라며 "방문확인의 사실상 폐지나 방문확인제도 무력화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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