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없어도 성·연령·전월세·자동차에 보험료 부과…경실련 "소득 중심 일원화해야"

[라포르시안] 6개월 이상 보험료를 체납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연소득 500만원 이하 저소득 가구가 18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이 이렇게 많은 이유가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16년 6월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지역가입자는 135만2,815세대에 달한다.

이 중에서 연소득 500만원 이하가 118만3,744세대(인구수 179만4,012명)로 전체의 88%에 달했다.

현재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하면 의료기관 진료와 약국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럴 경우 몸이 아파도 진료비 부담 때문에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게 된다.

경실련은 실직 등으로 소득이 없거나 낮아 보험료를 낼 수 없어도 지역가입자에는 성·연령, 자동차, 주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불합리한 부과방식이 저소득층을 의료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사회복지안전망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2014년 2월 발생한 ‘송파세모녀 자살 사건’이다. <관련 기사: 참을 수 없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불공평성>

당시 60세이던 어머니와 35세, 32세이던 두 딸은 질병으로 인한 실직상태로 소득이 없었지만 월 5만원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됐다. 5만원의 건강보험료는 어떻게 책정됐을까.

현행 건강보험료 산출방식에 따르면 지역가입자였던 송파세모녀의 월 건강보험료는 4만9,000원으로 추정된다. 당시 송파세모녀가 거주하던 주택은 3,699만원의 전세로, 여기에 보험료 2만3,000원이 부과된다.  여기에 실제 경제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세대 구성원의 성별과 나이를 기준으로 경제 활동 참가율 점수를 내 2만6,000원의 보험료가 책정된다.

문제는 송파세모녀처럼 실직이나 질병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울 경우 일정 소득수준을 유지할 수 없어 보험료 체납이 불가피하다.게다가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거주용 임대주택 전세금에 보험료를 매기는 것은 저소득 세입자의 경우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보험료 장기 연체를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이미지 출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미지 출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 세대의 보험료를 부과요소별로 분석하면 성·연령 및 재산과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비율이 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으로 소득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보료 체납으로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거조차 불투명한 성·연령 및 자동차 부과방안을 폐지하고 일정 금액 이하 생활을 위한 주택에 대해서는 보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부과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경실련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고 의료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자격구분을 폐지하고,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며 "소득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현행 건강보험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해 공평한 부과제도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정부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별도의 기획단까지 소득중심의 보험료 단일부과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부과체계 개편을 미루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여론의 비난이 거세자 보건복지부는 오는 23일 국회와 공동으로 공청회를 열어 건보료 개편안의 세부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형평성·수용성·재정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취약계층의 부담이 큰 항목부터 단계적 개편을 추진한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매길 때 반영하는 재산·자동차 보험료는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사업·근로·금융투자로 발생한 종합소득에 대해서는 부과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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