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율 낮고 은퇴하는 인력 늘면서 인력공백 심화…흉부외과학회, '악몽 사례' 수집 나서

[라포르시안]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의 병원 응급실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최근 10년 넘게 수련병원 전공의 모집에서 흉부외과 지원율이 꼴찌를 맴돌았다. 이로 인해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는 지역과 병원이 늘어나면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에 달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다 못한 흉부외과학회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악몽 사례(Nightmare case)'를 수집해 공개하는 충격요법을 쓰기로 했다.  

흉부외과학회 심성보 이사장은 지난 8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수년간 흉부외과가 없거나 흉부외과가 개설돼 있어도 수술과 처치를 할 수 없어 발생한 악몽 사례를 전국단위로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 수집 대상에는 대형병원에서 흉부외과가 중증질환 응급환자의 진료과 후방지원(Back Cover)을 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도 포함됐다. 

학회는 수집한 사례를 보건당국에 알리고 단위 병원이나 지역에도 흉부외과 전문의의 상주해야 할 필요성 등을 강조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심 이사장은 "그동안 흉부외과 전문의는 심장질환의 보루 역할을 해왔는데, 그 보루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전공의 모집에서는 정원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데 65세를 맞아 은퇴하는 의사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흉부외과 전문의의 자연감소 폭이 커지면서 의료공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흉부외과는 2017년도 전공의 모집(전기)에서 41명 모집에 24명이 지원했다.  또 전공의 4년 과정을 마치고 올해 전문의 시험에 응시하는 예비전문의는 19명이다. 

19명이 모두 합격해 전문의 자격증을 따더라도 군복무와 휴식을 이유로 절반가량이 이탈해 곧바로 의료현장에 투입되는 흉부외과 전문의 인력은 10명 안팎이라는 게 학회 측의 설명이다. 

반면 65세를 맞아 은퇴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수는 급속하고 증가하고 있다. <관련 기사: '베이비붐 2세대' 흉부외과 의사에게 퇴직을 불허하라…>

실제로 흉부외과학회가 내놓은 '2015 흉부외과 백서'를 보면 2018년 정년을 맞는 전문의가 20명으로 추산됐다. 이어 2024년 55명, 2028년 6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심성보 이사장은 "현재 전공의 1년차가 전문의로 활동하려면 10년이 걸린다. 그러나 앞으로 5~6년 후에는 50~60명씩 은퇴한다"며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심장질환은 늘어나는데 새로 수혈되는 전문의는 매년 10여명 안팎이고 은퇴자는 몇 곱절이다. 단순히 산수만 해봐도 '악몽'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흉부외과 전문의 공급과 고난이도 수술은 대부분 수도권 대형병원에 집중돼 있는데, 문제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사망하는 것"이라며 "손도 못 써보고 사망하는 환자는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학회는 흉부외과 전문의를 많이 보유한 대형병원의 진료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과에서 스텐트 시술 등을 할 때 흉부외과 전문의가 협진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스텐트 시술 협진 의무화 계획을 철회하는 등 거꾸로 된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심 이사장은 "내과 영역에서 시술하다가 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기하고 있던 흉부외과 의사가 즉시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며 "소방수처럼 비상대기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을 갖춘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흉부외과학회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고난이도 흉부외과 수술에 대한 적절한 비용 보상과 함께 300병상 이상 병원의 흉부외과 전문의 고용 의무화 등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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