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드나든 ‘주사 아줌마·기치료 아줌마’…"대통령이 앞장서 국가 보건의료체계 부정"

지난 2012년 10월 SBS 관련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2012년 10월 SBS 관련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비선 의사'에 이어 이제는 '주사 아줌마'와 '기치료 아줌마'까지 등장했다.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지는 청와대 의무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그 끝을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이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민간인이 대통령을 진료해왔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특검에 따르면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지난 2013년 5월경 제2부속실 행정관이 보낸 '주사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기치료 아줌마 들어가십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문자메시지가 확인됐다.

'주사 아줌마'라는 표현 때문에 청와대에 무자격자가 들어가 의료행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시중에서 흔히 말하는 무자격자로부터 '야메 시술'을 받았다는 말이 된다.

무자격자가 하는 유사의료행위는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중대한 범죄로 다룬다. 정부에서도 불법의료행위를 적극 단속해 왔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이런 불법의료행위가 이뤄졌다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주사 아줌마'의 정체를 놓고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아줌마'라는 표현 때문에 비의료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청와대에 '주사 아줌마'가 드나들었다는 보도는 몇 년 전 있었던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지난 2012년 강남 일대 유흥업소와 오피스텔 등을 돌면서 불법적으로 빼돌린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주사한 간호조무사 출신의 이른바 '강남 주사아줌마'가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간호조무사 출신으로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빼돌려 주사해 온 여성 1명과 프로포폴을 은밀히 시중에 유통시킨 강남의 병원 사무장 등을 체포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주사 아줌마'는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도 강남 등지에서는 '주사 아줌마'로 불리는 이들이 불법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청와대에 드나들었다는 '주사아줌마'의 정체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비선 의사를 통해 영양주사 등의 시술을 받고, 최순실 씨가 민간병원에서 대통령한테 처방된 주사제를 대리처방 받는 등 청와대 의무시스템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점에서 '주사아줌마'의 등장은 대통령이 무자격자로부터 불법 의료행위까지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야당에서는 대통령이 무자격자로부터 의료행위를 받았다면 국가의 보건의료체계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29일 브리핑을 통해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자이다.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있다"며 "대통령이 부정의료 행위자로부터 치료를 받고, 청와대는 이들을 보안손님으로 모시고 출입을 허용했다는 사실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가의 보건의료체계를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특검은 부정의료 행위자에 대해 즉각 수사에 나서야한다"며 "일반 국민들에게 법과 원칙을 강요하며 스스로는 불법의료를 받고, 불법행위자를 보안손님으로 모신 대통령과 청와대는 사과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청와대, 부끄러운 대통령"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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