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규제개혁관계장관회의서 논의…"건강증진·질병예방까지 상업화…민간보험사 위한 정책"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라포르시안] 정부가 비의료기관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허용 방안을 연내 확정할 것으로 보여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오는 28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서울청사에서 민생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중소기업청은 청년창업 현장규제 애로 개선 방안의 하나로 비의료기관에서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민간에서 수행할 수 있는 건강관리서비스 기준을 마련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건강관리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도 종합건강관리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의료행위가 아닌 질환예방, 건강유지 등 일반적 건강관리 서비스의 종류를 명확히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관련 산업의 민간투자를 촉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질환예방, 건강유지, 질환악화 방지 등을 위한 활동을 건강관리서비스로 규정해 의료행위와 별로도 구분, 의료기관 이외의 일반기업에서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관리서비스 육성 방안이 일부 대기업과 보험업계를 위한 의료영리화 정책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명백한 의료행위인 건강관리 분야를 산업적인 형태로 인식하는 등 의료를 경제적인 목적으로만 해석해 정책을 펼치는 것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시 의료기관의 역할을 치료의 영역으로 제한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유사의료행위 만연 및 국민 의료비 급증 등의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표 출처: 보건복지부의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방안' 중에서
표 출처: 보건복지부의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방안' 중에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가 의료민영화를 위한 사전단계라는 우려도 높다.

시민사회단체는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는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분야를 하나의 시장으로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건강관리서비스가 시장에 내맡겨진다면 민간보험사들의 새로운 이윤창출 시장이 열리고, 의료민영화로 가는 중요한 경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수년 전부터 건강관리서비스 도입 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해온 보험업계는 이미 건강관리 등을 포함하는 신규상품과 부가서비스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서는 건강관리서비스 개념을 규정하는 보건복지부의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헬스케어를 접목시킨 보험을 판매할 수 있고 건강관리를 통한 손해율 관리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적극 반기고 있다.

의료계도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에 눈독..."소탐대실 우 범할 수 있다" 지적 

한편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관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비의료기관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의사협동조합'을 설립해 건강관리서비스 사업 등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내과의사들이 중심이 된 내과의사협동조합은 지난 9일 프라자호텔서 창립모임을 갖고 건강관리서비스 관련 사업 등 주요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조만간 고양시의사회와 경상남도의사회도 협동조합을 출범할 예정이다. 

의사단체의 협동조합 설립 움직임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이 동네의사협동조합을 제안하고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이 소장은 지난 8월 동네의원 경영난 타개책으로 동네의사협동조합을 제안하면서 주요 사업으로 ▲의료정보화사업 ▲건강관리서비스 관련 사업 ▲의료용 기기 등의 제조 및 유통 ▲의약품·의료용품 유통업 및 백신 등 공동입찰 구매 ▲전자상거래사업 ▲조합원 교육 및 온라인 정보 제공 ▲의료업 관련 용역사업을 제안했다. 

이용민 소장은 "민간보험회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는 협동조합의 주요 사업 대상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을 놓고 민간보험사나 대기업과 경쟁하기 보다는 관련 시장의 허용을 원천차단하는 쪽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의사협동조합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자본과 인력에서 절대 우위인 보험회사 등과 경쟁하는 것은 무리"라며 "아예 시장 진출을 포기하고 비의료인의 건강관리서비스 허용을 원천 차단하는 데 주력하지 않으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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