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작년 7월 ‘건강 서울 36.5’ 정책을 발표하고 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환자가 보호자나 간병인의 도움 없이 입원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환자안심병원’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환자안심병원의 첫 운영기관은 서울의료원으로 선정됐다.

서울의료원은 총 623개 병상 중 4개 병동 180병상을 환자안심병상으로 지정하고 지난 17일부터 일차적으로 90개 병상을 운영에 들어갔다. 오는 3월부터 나머지 90개 병상도 운영할 계획이다.

환자안심병원이 운영에 들어간 지 열흘을 조금 넘긴 지난 28일, 기자는 직접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위치한 서울의료원을 찾았다.

그동안 일부 병원에서 시범사업으로 운영된 ‘보호자 없는 병원’과 환자안심병원을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간호사가 24시간 환자를 돌본다는 점이다.

서울의료원의 환자안심병원 운영에 투입되는 인력은 총 173명으로 간호사 144명, 병원보조원 24명, 사회복지사 5명 등이다. 특히 간호사 인력을 대폭 늘린 것이 주목할 점이다. 앞서 서울의료원은 간호사 79명을 신규 충원해 간호사 1인당 환자비율을 평균 7명으로 줄였다. 1개 병동당 간호사 6~7명과 병원보조원 1명이 조를 이뤄 3교대로 간병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환자안심병동에서 간호사와 병원보조원의 업무 범위는 명확히 구분된다. 간호사는 ▲비구강·기관 내 흡인, T-튜브 간호 등 호흡간호 ▲근육·정맥주사, 항암제 투여 등 투약 및 수혈 ▲투약설명, 영양 교육 등 교육·자문 ▲혈액·배액 채취 등 치료 및 검사 등을 담당한다.

병원보조원은 세발, 세안, 손발톱 깎기, 침상 이불 교환 등을 맡도록 업무범위를 명확히 구분해 놓았다.

 

▲ 간호서브스테이션

또한 기존 병동 중앙에 있던 간호스테이션을 서브스테이션으로 바꿔 병실 앞에 설치함으로써 간호사가 환자를 보는 동시에 환자상태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차이점 중 하나다.

서울의료원 이인덕 간호부장은 이를 통해 질 높은 간호 서비스뿐만 아니라 감염률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간호부장은 “가족이 환자 옆에서 간병을 하다보면 환자 주위가 불결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환자안심병원 운영을 시작하고 보니 확실히 청결해지는 효과가 있어 감염률도 떨어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입원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환자안심병동에 입원한 환자 A씨는 “간병인보다 간호사가 의료서비스와 간병을 같이 해주다보니 더 안전한 것 같다”며 “아무래도 간병인보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더 전문적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무엇보다 환자안심병동에 입원한 환자는 간병료 부담을 덜게 됐다.입원환자들은 간병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6만원 이상, 한 달에 200만원가량 간병료 부담을 덜게 됐다.

입원환자 B씨는 “보호자의 상주가 불가능한 나 같은 경우 간병인을 고용하는 것이 필수여서 가족들이 금전적인 부담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병원에서 간호사가 간병인의 역할까지 모두 다 해주니 금전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환자안심병동에는 보호자의 상주가 필요한 환자를 제외한 모든 환자가 입원할 수 있지만 병상이 한정돼 있어 입원 환자의 기준이 정해져있다.

이인덕 간호부장은 “3차 의료기관에서 넘어오는 환자도 있는데 급성기 환자들로 180병상을 채우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다수의 환자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재원일수를 14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안심병원을 확대․유지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이 간호부장은 “간호사 인력의 충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직률이 가장 걱정”이라며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간호사 인력 충원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충원된 간호사 인력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는 환자와의 접점에서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감정 소모가 크고 야간근무를 할 경우 체력소모가 많다”며 “서울의료원은 서울시 직영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급여체계가 열악한 실정이다. 근무강도가 높은 야간근무에 대해 급여를 올려주는 등 간호사 처우개선이 이직률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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