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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시작하고 그 딸이 망치다…‘대통령 주치의’박정희 때 처음으로 주치의 임명…'최순실 게이트'로 靑 의무시스템 붕괴 드러나
12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과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 

[라포르시안]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치의를 정식으로 임명한 건 1963년 박정희 전 대통령 때다. 종두법을 도입했던 지석영 선생의 종손인 내과전문의 지홍창 박사가 '제1호 대통령 주치의'였다.

현재 대통령 주치의는 차관급 대우를 받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그러나 '2급 국가기밀'에 속하는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지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대통령 주치의는 2주에 한 번씩 대통령의 건강을 확인하고, 진료 과목별로 30여 명에 이르는 주치의 자문단을 구성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 주치의에 누가 임명되느냐가 주요 관심사였고, 대통령 주치의 자리를 놓고 국내 유력 병원 간 자존심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 통수권자이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단순한 '건강'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 2014년 11월 6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박종준 대통령경호실 차장은 "어느 나라나 국가원수의 건강상태는 그 나라의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비밀로 전부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항상 대통령의 건강이 국가기밀로 다뤄진 건 아니다. 필요에 따라 청와대가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말 박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이후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하루나 이틀 정도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 검진 결과 과로에 의한 만성 피로 때문에 생긴 위경련으로 인한 복통이 주 증상이고 인두염에 의한 지속적인 미열도 있다"고 세세하게 밝히기도 했다.

최근 2급 국가기밀이라는 대통령 건강에 관한 온갖 정보와 소문이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장 놀라운 건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지는청와대 의무시스템과 대통령 주치의가 비선 실선에 의해 구멍이 뚫리다 못해 붕괴 상태였다는 점이다.

대통령 주치의와 청와대 의무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선 의사를 통해 의학적 근거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영양주사를 맞고, 민간병원을 통해 혈액검사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의무실 또한 이런 상황을 방조했고, 비선 의사가 대통령에게 의학적 근거가 불명확한 치료를 하는 걸 지원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등 의학적 근거가 없는 주사제 처방이 자신의 통제범위 바깥이라는 무책임한 변명을 했다.

심지어 오늘(14일)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선한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는 "자문의로 임명되기 전에도 청와대 관저로 직접 의료장비를 챙겨가서 태반주사를 2~3번 놔줬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민간병원에서 비선 실세로 불리는 민간인의 이름으로 대통령에게 투여할 주사제를 대리처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대통령 주치의 및 자문의와 관련된 특혜와 의료법 위반 등의 의혹도 불거졌다.

결국 시민사회단체가 줄기세포 주사 등 의료시술을 무료로 받은 혐의로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고발했고, 서창석 전 대통령 주치의를 비선 진료를 방조하는 등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상황까지 갔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보면서 적어도 한 가지는 명확해졌다. 현 정권에서는 대통령 주치의가 국정책임자인 대통령의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명예로운 자리가 아니라 '비선 의사'만도 못한 허울뿐인 자리였다는 사실이다. 이럴 바에는 박 대통령이 그렇게 도입을 주장하던 원격의료를 통해 건강을 살피는 주치의를 두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어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공식화한 '대통령 주치의'는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임기 동안 완전히 껍데기만 남은 신분으로 전락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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