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회·뇌전증학회·소아과학회, 공동성명 내고 처방제한 급여기준 폐지 촉구

[라포르시안] 현재 우울증 환자 치료에 가장 널리 처방되는 약물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이다.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기분을 진정시키는 효과 때문에 '행복 호르몬'으로 불린다. SSRI 계열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이 재흡수되는 걸 억제해 뇌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세로토닌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국내에서도 SSRI 계열 항우울제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다만 비 정신과 전문의가 이 약물을 처방하면 60일까지만 급여가 인정된다. 항우울증제 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02년 3월부터 비 정신과 전문의의 처방을 제한하는 급여기준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뇌졸중이나 치매, 파킨슨 등의 환자를 진료하는 신경과 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SSRI 계열 항우울제의 처방을 제한하는 급여기준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뇌졸중이나 치매 환자의 경우 기질성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SSRI 계열 항우울제의 처방제한 급여기준 탓에 치료 중인 환자를 정신과로 전원시켜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환자가 정신과 전원을 거부해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내과와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의 진료과에서도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SSRI 계열 항우울제의 60일 처방제한 급여기준 폐지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가정의학회와 뇌전증학회, 소아과학회 등 3개 학회는 7일 공동성명을 내고 자살 예방과 적극적인 우울증 치료를 위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의 처방을 제한하는 급여기준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3개 학회는 "현재 전 세계 모든 의사가 안전하게 우울증의 1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 약물을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지난 2003년 이후 모든 OECD 국가의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의 자살률만 증가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 학회는 "유럽과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SSRI 항우울제가 부작용이 많은 삼환계 항우울제를 대체함으로써 일차의료에서 우울증 치료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자살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2002년 3월에 갑자기 비정신과 의사들에게 SSRI 항우울제 처방을 제한하면서 우울증 환자들의 병의원 접근성이 1/20로 감소해 자살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가정의학회 등에 따르면 SSRI계열 항우울제는 우수한 효과와 적은 부작용으로 전세계적으로 1차 선택약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적정 치료 기간은 최소 6~12개월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처방제한 급여기준 때문에 가정의학과의원 등에서 비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이 약물을 처방받으면 60일 이후부터 복용을 중단하거나 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옮겨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게 3개 학회의 지적이다.
 
이들 학회는 "SSRI 계통의 항우울제 처방 제한은 국민건강에 위해를 준 잘못된 정책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면 폐지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신과 쪽에서는 SSRI 계열 항우울제의 처방제한 급여기준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비정신과 의사의 SSRI 우울증 약처방을 60일로 제한한 것은 우울증 약이 함부로 남용됐을 때 미치게 될 국민건강의 피해 때문"이라며 "우울증 치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일차적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우울증 환자들이 스스럼없이 정신과에 갈 수 있도록 비정신과 의사들이 협조해야 국민 정신건강이 잘 지켜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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