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의료기관 운영·취업 금지' 아청법 조항 위헌 판결로 효력 상실…"형집행 종료 때까지 법개정 안되면 취업제한 제약 없어"

연합뉴스TV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연합뉴스TV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올해 초 서울의 한 건강검진센터에 근무하던 의사가 수면내시경 검사 중 환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의료계를 곤혹스럽게 했다.

50대의 의사는 Y씨는 구속기소됐고 지난 5월 열린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의사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80시간과 신상정보 공개 3년도 명령했다.

Y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Y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통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공개 3년 명령은 그대로 유지했다.

2심 재판부가 Y씨에 대해서 감형을 한 한 이유는 항소심 재판 중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 3,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깊이 반성하는 점,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 1명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일단 2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Y씨. 그에게 적용된 죄목은 '준유사강간'이다. 준유사강간은 심실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유사강간행위를 한 것으로, 수면유도제를 투여한 항거불능 상태의 환자를 상대로 성추행을 했기 때문이다.

Y씨가 2년 6개월의 형을 마치면 다시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을까.

현행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56조1항에 따라 Y씨는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형집행이 종료된 날부터 10년동안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다.

아청법 제56조1항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이나 치료감호가 확정된 자는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는 의료법상 의료인도 포함된다.

Y씨의 경우 이 규정을 적용받아 '10년간 취업제한' 대상이 된다.

그런데 Y씨에게 적용되는 아청법의 '10년간 취업제한' 관련 조항은 지난 3월 말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위헌 판단을 하면서 성범죄 전력자 중 재범 위험성이 없는 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개별 범죄의 죄질에 따른 상이한 제재의 필요성을 간과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Y씨에게 적용되는 아청법의 취업제한 규정은 효력을 상실했다. 그렇다면 Y씨는 취업제한을 받지 않는 걸까.

'아청법 제56조1항' 위헌 판결 이후 형이 확정되면?

상황이 좀 복잡하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정부는 최근 '아청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성범죄의 죄질과 선고 형량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에 차등을 두도록 했다. 성범죄로 3년 이상 징역 또는 금고형은 30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은 15년을 상한으로 취업을 제한하고, 벌금형은 6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했다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제한하는 규정을 재범 위험성 여부 등에 따라 30년까지 취업제한 기간을 확대한 셈이다.

그렇다면 Y씨는 어떤 취업제한 제약을 받게 될까. 성인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제한을 하는 기존 아청법 조항은 위헌 판결이 났기 때문에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 게다가 아청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며, 언제 법개정이 완료될지 예측할 수 없다.

만일 Y씨에게 국회에 계류 중인 아청법 개정안의 취업제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그는 최대 15년까지 취업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아청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Y씨가 형집행이 종료된 이후에도 법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는 의료기관 개설이나 취업에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Y씨가 형집행을 받는 동안 아청법이 개정되면 또 어떻게 될까. 그럴 경우 Y씨는 5년간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아청법 개정안은 부칙조항을 통해서 Y씨처럼 '헌법재판소 위헌결정 후 이 법 시행일 전까지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의 취업제한 기간 등에 관한 특례' 조항을 뒀다.

아청법 개정안의 부칙 제5조에 따르면 2016년 3월 31일부터 이 법 시행일 전까지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그 형이 확정된 사람 중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면 형집행 종료 때부터 5년간 의료기관 취업을 제한토록 했다.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 관계자는 "헌재가 아청법 취업제한 조항에 대해서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 형이 확정될 경우 사실상 적용할 수 있는 취업제한 규정이 공백인 상태"라며 "만일 Y씨가 2년 6개월의 형이 종료된 이후에도 법개정이 완료되지 않는다면 Y씨는 취업제한 규제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청법 개정안의 부칙을 통해 위헌 결정 이후 형이 확정되는 경우에 대해서 취업제한 규정을 뒀다"며 "혼란이 없도록 국회에서 최대한 빨리 법개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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