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의료기관 중 42%에 그쳐…미이행시 벌치조항 없고, 전담인력 인건비 부담도 커

[라포르시안] 지난 2014년 12월 29일 의료기관에 포괄적인 환자 안전체계 구축을 의무화 하는 내용의 '환자안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0년 5월 항암제(빈크리스틴) 투약 오류로 당시 아홉살이던 고 정종현군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환자단체가 법제정 운동에 나선지 4년 7개월 만이었다.

환자안전법은 공포 후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7월 말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환자안전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두도록 했다.

특히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켰거나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보건의료인 및 환자 등은 환자안전사고를 자율보고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월 말 환자안전법이 시행된 이후 3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운영 상황을 점검한 결과, 환자안전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하는 데 핵심인 의료기관 내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런 상황은 어차피 예견된 일이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환자안전법이 시행된 이후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이달 17일 현재까지 3개월 반 동안 총 236건(월 평균 약 60건)이 접수됐다.

보고주체를 보면 의료기관종별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이 197건으로 전체 접수건의 83%를 차지했다. 보고자는 의료기관 내 전담인력이 223건(95%)에 달했고, 환자 및 환자보호자는 5건(2%)이었다.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유형은 낙상이 121건(51%)이 가장 많았으며, 주의 경보를 발령할 수준의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대상 의료기관 중 실제로 인력을 배치한 곳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환자안전법에 따르면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2명 이상을, 500병상 미만 종합병원과 200병상 이상 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요양병원은 1명 이상의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전담인력은 경력이 5년 이상인 의사나 간호사여야 하며, 매년 12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최초시행은 24시간)토록 규정하고 있다.

환자안전법이 입법 취지에 맞게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의료기관이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비롯한 적정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환자안전사고 보고 시스템 구축과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전담인력 양성과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은 오롯이 병원의 몫이고 국가의 지원은 전무하다.
환자안전법이 입법 취지에 맞게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의료기관이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비롯한 적정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환자안전사고 보고 시스템 구축과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전담인력 양성과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은 오롯이 병원의 몫이고 국가의 지원은 전무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 대상 의료기관 959곳 중 403곳(42%)만 인력 배치를 완료했다. 의료기관 종별로 전담인력 배치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100%, 종합병원이 64%, 요양병원이 30%, 병원급 25% 순이었다.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율이 저조할 것이란 점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현행 환자안전법 상 전담인력 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벌치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안전사고 보고 시스템 구축과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전담인력 양성과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전부 병원이 져야하고 국가의 지원은 전무하 탓에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병원계는 "보고학습시스템 구축과 환자안전활동에 투입되는 자원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환자 안전 전담자로 신고한 간호사의 간호인력 산정과 겸직 금지에 다른 인건비 보존이 절실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이므로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환자안전 전담인력 배치 등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어 홍보와 독려 등이 필요하다"며 "내년에 환자안전종합계획 수립 및 환자안전 보고학습시스템 전산화 등을 통해 국가차원의 환자안전법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29일 방문규 차관 주재로 '제1차 국가환자 위원회'를 열고 ‘환자안전기준’을 심의 확정했다.

환자안전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환자 위원회는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의료기관 단체(의사회, 간호사회, 병원협회 등) 및  노동계, 소비자단체(환자단체 등) 등의 추천인, 환자안전에 관한 전문가, 복지부 공무원 등 15인으로 구성된다.

위원회가 이날 확정한 환자안전기준은 보건의료 기관장과 보건의료인의 환자안전을 위한 준수 기준으로, 환자안전에 관해서 모든 보건의료기관 및 보건의료인에 적용되는 최초의 법적 기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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