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처방·보완대체요법 등 잇따른 논란 불거져"…추무진 회장 "검찰 수사 결과 지켜봐야"

[라포르시안] 최순실 씨 자매가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처방 받은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의료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리처방 관련 의사들을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거나 국민에게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발족한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를 통해 '태반주사', '마늘주사' 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강남구보건소가 대통령 자문의 출신인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2일부터 수사에 착수했다. 

강남구보건소가 김 원장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환자 진찰 없이 처방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고발 대상에는 차움의원도 포함됐다. 강남구보건소에 따르면 김 원장은 차움의원에서 근무하던 2011∼2014년 최순실·최순득씨 자매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주사제를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대리처방과 세월호 7시간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청와대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팔팔정'을 비롯해 개원가 등에서 비급여로 시술하는 '마늘주사', '태반주사' 등으로 불리는 영양주사를 대량으로 구매한 사실이 밝혀져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칠수록 '의료 게이트'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리처방이나 진료기록 조작 의혹과 함께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특정 병원이나 기업에 특혜를 주려고 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협회가 대통령의 대리처방 의혹 등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대리처방을 받고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진료를 받았다면 명백히 의료법 위반 행위"라면서 "적어도 의협에서 이 부분의 불법성을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태반주사를 맞고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는데, 이런 시술들은 임상적 유용성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자칫 일부 국민들이 이런 주사제를 오남용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며 의협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사태로 의료시스템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탄식도 나왔다.  대통령의 건강을 담당하는 청와대 의무시스템이 붕괴되고, 대통령이 의학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보완대체요법을 자주 이용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최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대통령이 비선의 도움을 받아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해 구설수에 올랐다. 외부에서 청와대로 주사약을 가져와 맞았다는데, 어떤 약물을 누구를 통해 구해 누구에게 맞았는지 대통령 주치의조차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그 민간의료기관은 대통령의 혈액검사도 했다"며 "대통령이 이를 몰랐을리 없고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도 몰랐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대통령이 자신의 건강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주치의를 찾아야 할까, 아니면 자신이 혈액검사를 맡기고 청와대로 불러서까지 주사를 하게 한 항노화·비만 전문의사를 찾아야 할까. 원칙이 중요하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사협회는 대통령의 대리처방 사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 23일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대리처방 문제 등 의료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현재 의협에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대리처방이 윤리적이냐 비윤리적이냐 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의협이 입장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개원가는 물론이고 대학병원에서도 수익을 위해서 영양주사 치료나 보완대체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협회가 그런 시술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