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저체온증·동상 등 한랭질환자 증가 추세…난방 취약한 '에너지 빈곤층' 지원정책 마련해야

[라포르시안] 올해 겨울에는 전 세계에 기상이변을 가져오는 '라니냐' 현상의 영향으로 어느 해보다 추운 것이란 기상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적 부담으로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적절한 난방장치를 가동하기 힘든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정책이 절실하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기석)는 올해 겨울 동안 한파로 인한 건강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한파로 인한 한랭질환 감시체계'에 예·경보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랭질환자의 발생 수는 2013년 259명에서 2014년 458명, 2015년 483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겨울에는 저체온증과 동상 등으로 인한 사망자가 20명에 달해 2012년 한랭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이래 가장 많았다.

표 출처: 질병관리본부
표 출처: 질병관리본부

올해는 라니냐와 기후변화로 인해 한파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한랭질환자 발생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본부는 "한랭질환 경보가 발효되는 날에는 고령자와 독거노인은 한파에 더욱 취약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며 "노숙인의 경우 증상 발생 즉시 응급조치할 수 있도록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랭질환 감시체계와 함께 추위에도 적절한 난방장치를 가동할 수 없는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에너지 복지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에 발생하는 한랭질환자 중에는 한파로부터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난방장치 가동에 취약한 '에너지 빈곤층'이 상당수에 달한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난방과 보온을 위한 적절한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제한을 받는 계층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영국의 '주택난방 및 에너지절약법(Warm Homes and Conservation Act, 2000)'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에너지 빈곤 여부를 가른다. 

에너지절약법에 따르면 '거실을 21도 이상, 그 외 사용하는 방을 18도 이상 유지하기 위해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사용하는 가구'가 에너지 빈곤층에 속한다.

실제로 한랭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저체온증과 동상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27명으로, 이중 상당수는 저소득층 등의 에너지 빈곤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4년 1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신고된 한랭질환자 가운데 무직 및 노숙인 등의 경제적 취약층이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특히 사망자 12명 중에서 6명(50%)은 의료급여수급권자나 노숙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에너지 취약가구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난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자카드 형태의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독거노인 등 한랭질환 취약층의 주거시설은 대부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노후주택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에너지성능이 떨어지는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난방비 부담도 더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현경 부연구위원은 "주택에너지효율성 증대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며, 에너지 빈곤층 감소와 온실가스 감소에 지속적인 효과가 있어 사회편익(net societal benefits)이 크다"며 "저소득층의 에너지효율개선사업에 정책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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