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웰빙 영양주사 대량 구매한 청와대…"피 같은 국민 세금을 얼굴에 퍼부었나"

지난 5월 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된 녹십자웰빙의 병의원 전용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Dr.PNT’ 발매 기념 심포지엄에서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이 ‘Dr.PNT’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녹십자웰빙
지난 5월 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된 녹십자웰빙의 병의원 전용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Dr.PNT’ 발매 기념 심포지엄에서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이 ‘Dr.PNT’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녹십자웰빙

[라포르시안] 지난 5월 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는 녹십자웰빙의 병의원 전용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발매를 기념하는 심포지엄이 열였다.

녹십자웰빙이 ‘Dr.PNT’라는 브랜드로 발매하는 건강기능식품은 항산화 성분을 함유한 '코큐텐' 등 모두 9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이 회사는 당시 Dr.PNT 브랜드 발매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개인맞춤영양치료가 사회적으로 정착되며 병의원 중심의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맥주사요법과 더불어 이번 병의원 건강기능식품 출시를 통해 개인별 맞춤영양 서비스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의료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영양치료에 관심있는 개원의사들이 참여했다. 심포지엄 연자 2명 중 1명이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이었다. 차움의원에서 최순실 씨 담담의사로, '대통령 대리처방'과 '비선 진료' 의혹을 받고 있는 그 의사다.

김 원장은 이 심포지엄에서 ‘임상에서의 영양처방’이란 발제를 통해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이 질병치료에서 건강수명관리로 변화하고 있다"며 "현대의 만성질환은 영양불균형에서 초래되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능의학검사와 진단을 통해 환자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 영양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포지엄을 주최한 녹십자웰빙이란 회사는 태반제제 전문 제약회사인 '녹십자제이비피'가 천연물 의약품 전문회사인 '녹십자HS'와 녹십자의 웰빙사업부를 합병 및 인수해 작년말 새로 출범한 회사다.

현재 녹십자의 계열사 중 한 곳으로, 김상만 원장이 근무한 녹십자아이메드(녹십자의료재단 녹십자의원)와 녹십자웰빙은 모두 녹십자그룹의 계열사다.

현재 녹십자웰빙은 전문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스포츠식품 등의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영양주사 제품도 공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태반주사로 알려진 '라이넥주'를 비롯해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주',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 등이다.

녹십자웰빙이 판매하는 주사제 제품. 청와대가 대량 구매한 것으로 확인된 '라이넥주'를 비롯해 '히시파겐씨주', '푸르설타민주' 등을 모두 이 회사가 판매하고 있다.
녹십자웰빙이 판매하는 주사제 제품. 청와대가 대량 구매한 것으로 확인된 '라이넥주'를 비롯해 '히시파겐씨주', '푸르설타민주' 등을 모두 이 회사가 판매하고 있다.

홍미로운 대목은 청와대에서 최근 2년 간에 걸쳐 녹십자웰빙의 라이넥주 등을 대량 구매했다는 점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녹십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을 2,000만원어치 이상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입처는 주로 ‘대통령 경호실’이었고, ‘대통령실’도 1차례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가 구입한 약품목록에는 녹십자웰빙이 판매하는 라이넥주와 히시파겐씨주, 푸르설타민주 등의 주사제 제품도 들어 있다.라이넥주는 지난해 4, 11, 12월 등 8개월간 3차례에 걸쳐 총 150개를, 히시파겐씨주는 지난해 4월과 올해 6월 각각 50개씩 100개를, 푸르설타민주는 2014년 11월에 총 50개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청와대가 레이넥주 등의 영양주사를 구입한 시점과 대통령 자문의인 김상만 씨가 차움의원을 그만두고 녹십자아이메드(녹십자의료재단 녹십자의원)로 옮겨와 원장으로 재직한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

김 원장은 앞서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에게 영양제 주사를 놓기 위해 청와대 의무실에 요청하면 구비해놓았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에 ‘불법 피부미용 시술소’ 차려도 될 정도의 주사제"

청와대가 녹십자의 영양주사 등을 대량 구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상만 원장이 과연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에게 무슨 진료를 하고 어떤 치료를 했는지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 측은 영양주사를 구매한 사실이 보도되자 “경호실을 비롯한 근무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이 국민세금으로 피부미용 시술을 받았다는 비난을 제기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2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가 최근 2년여 동안 태반주사 150개, 감초주사 100개, 마늘주사 50개 등 2,000만 원이 넘는 약품을 나랏돈으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 약품은 잔주름 개선, 피부미백, 노화방지 등에 효능이 있다고 하니 박 대통령이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얼굴에 퍼부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박 대변인은 "이렇게 많은 분량의 주사제라면 청와대에 ‘불법 피부미용 시술소’를 차려도 될 정도"라며 "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구입 목록에는 입에 담기 민망한 남성 치료제까지 포함되어 있다니 이 막장드라마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청와대가 구매한 주사제가 녹십자의 제품이고, 주사제 구매 기간이 대통령 자문의로 '비선 진료'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상만 원장이 녹십자아이메드에서 제직한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 대변인은 "주사제를 공급한 녹십자의 자회사인 녹십자아이메드의 원장이 바로 최순실 자매에게 대리 처방을 해줬고, 청와대에 매주 들어가 대통령을 진료한 의혹을 받고 있는 차움병원 출신의 김상만 의사라는 점에서 궁금증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인 2013년 7월과 9월에도 차움병원에서 ‘길라임’이라는 이름으로 안티에이징(노화방지) 진료를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고 있어, 국민들은 절망과 분노의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며 "검찰과 사법부는 국정을 저잣거리 투전판으로 전락시킨 박 대통령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고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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