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의 수혜 기업' 분석한 보고서…투자활성화 대책 최대 수혜자로 차병원그룹 지목

강재우 교수 연구팀 .
강재우 교수 연구팀 .

 [라포르시안]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의료계로 튀었다. 분위기로 볼 때 들불처럼 번질 가능성도 높다. 

앞서 JTBC는 지난 8일 최순실 씨 모녀가 다니던 강남의 한 병원에 청와대 경제수석이 개입해 해외진출 지원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일반의인 이 병원의 원장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외래교수로 위촉되는 과정에서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연이어 차병원그룹도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이 나왔다.

JTBC는 지난 9일자 보도를 통해 최순실 씨가 차병원그룹이 설립한 '차움'의 고객이었고, 이를 계기로 차병원이 정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차병원그룹이 건립한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대통령 업무보고가 이뤄지기도 했다. 행정기관 청사가 아닌 민간기업의 건물에서 6개 정부부처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4월 차병원그룹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그동안 복지부 관계자들이 자주 방문해 차바이오검플렉스 내 시설과 산학연 협업 시스템 등을 둘러봤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차병원그룹에 대한 정부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2014년 작성된 한 보고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김태훈 정책위원이 지난 2014년 1월 작성한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의 수혜 기업은'이란 제목의 보고서다.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의 수혜 기업은?' 보고서 바로 가기>

이 보고서가 작성된 당시는 박근혜 정부가  보건·의료 및 교육 분야의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춘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료민영화 논란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정부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이를 통해 영리추구형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확대하는 방안과 의료법인 간 합병 허용 등의 규제완화 대책을 제시했다. 

보건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의료법인의 영리 추구 자회사를 허용하고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면 우회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력 반발하던 때였다.

이와 관련 김태훈 정책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보건의료 부문 투자활성화 대책 중 의료법인의 자법인 허용을 중심으로 그 전개 양상과 영향력을 분석했다. 

강재우 교수 연구팀 .
강재우 교수 연구팀 .

 

강재우 교수 연구팀 .
강재우 교수 연구팀 .

차병원그룹 산하 생명공학 기업인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에서 운영하는 차움센터의 사례를 제시하며 "차병원그룹의 정·재계 영향력을 고려해보면 투자활성화 계획이 차병원의 기획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투자활성화 계획에서)부대사업으로 추가 허용하려는 사업들은 대부분 차병원 그룹, 특히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직접 하거나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자회사를 통해 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차병원 그룹의 계열사인 (주)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운영하는 고급형 건강검진센터인 '차움'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부대사업에 한정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의료서비스와 부대사업 서비스가 차움이라는 같은 건물에서 같이 제공되고 있어서 실제로 구분되지 않는다"며 "차움이 제공하는 클리닉, 건강검진과 같은 의료서비스는 형식적으로는 성광의료법인 차병원이 설립한 차움의원이 제공하는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형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태에서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이 허용되면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은 차병원의 실질적 영리병원 사업의 핵심고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기사: 차병원그룹, 국내 첫 ‘의산(醫産)복합체’ 출현 예고?>

보고서는 "차움은 이미 설립할 때부터 영리병원으로 가는 우회로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의료법인 영리자회사를 허용하는 것은 영리병원으로 가는 직진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제시한 규제 완화 조치들이 차병원 그룹의 사업 전략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는 점에서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김태훈 정책위원은 이 보고서를 통해 "차움을 통해 실질적인 한국형 영리병원 모델을 제시하면서 의료서비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으로, 차병원 그룹의 정·재계 영향력을 고려해보면 투자활성화 계획이 차병원의 기획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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