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 대상에 포함돼…의협 "의사를 중범죄인 취급하는데 깊이 우려"

 [라포르시안]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입법의 1차 관문인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일 회의를 열고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3.000만원'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3,000만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약사법·의료기기법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앞서 19대 국회에서는 자동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문제에 대해 법안심사소위 위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처벌 강화에 동의했다.

복지부는 "정부 합동 리베이트 수사단에서 건의한 바와 같이 처벌의 상한이 2년이면 긴급체포가 불가능해 조사 중 증거인멸 등이 우려돼 법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불법 리베이트는 약가결정 구조의 왜곡, 저수가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고 있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법안소위 통과를 막지 못했다.

의료계가 이 개정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또다른 이유는 처벌 수위가 '3년 이하 징역'으로 확대될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른 긴급체포 대상이 될 수 있는 점 때문이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00조 제3항(긴급체포)에 따르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 영장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법률적으로 긴급체포권은 영장주의 법 정신에 어긋난다. 현행 처벌 기준을 줄이지 못할 망정 강화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고, 의사를 중범죄인 취급하는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리베이트 수수시 처벌을 강화한 3개 법안은 오는 7일 복지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법사위로 넘어갈 예정이다.

 

대리수술 근절 위한 의사 설명의무 강화법안도 법안소위 통과

한편 법안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의사의 설명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도 통과했다. 설명 의무를 강화한 법개정은 일부 성형외과에서 대리수술 사례가 잇따르면서 관련 법개정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 7월 삼성서울병원의 대리수술 사례를 계기로 법안 발의가 이뤄졌다.

법안소위는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통합 조정해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했다.

대안은 의사나 치과의사, 한의사가 수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를 하려면 환자에게 미리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진료의 필요성과 방법 진료 방법의 변경 가능성과 그 이유, 설명 의사와 진료 참여 의사의 이름 및 변경 가능성과 이유, 진료에 따라 예상되는 결과와 발생 가능한 부작용 등을 미리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내의 자격정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환자에게 서면동의 사본을 제공하지 않으면 3,0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응급환자나 시간을 지체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환자는 설명의무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재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시행하고 있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범위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소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여야 국회의원 모두 반대하고, 복지부도 3만여 곳이 되는 의원급의 비급여 조사를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시하는 등 실효성 문제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법안을 발의한 남인순 의원은 일단 통과시키고 시행은 2018년부터 하자고 제안했지만 지지를 얻지 못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종별에 '재활병원'을 신설하는 법안도 관련 단체들의 의견수렴과 기존 제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복지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결정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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